말 그대로 '무한도전'이었다. 지난달 23일과 30일 2주에 걸쳐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복싱 특집'은 새로운 분야보다는 프로그램의 형식적인 변화에 도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감동적인 휴먼 다큐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포츠 중계가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 녹아 있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여태껏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그 과정을 생생하게 전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 '복싱 특집'에 그들의 좌충우돌 도전기는 없었다. 대신 사각의 링에서 집념을 불사르는 한ㆍ일 여자복싱 선수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었고, 생중계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의 현장이 있었다.
감동 다큐의 주인공은 새터민 출신으로 WBA 여자 페더급 챔피언인 최현미 선수와 도전자인 일본의 츠바사 덴구 선수. 1차 방어전 이후 6개월 내에 2차 방어전을 치러야 챔피언 벨트를 지킬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스폰서가 없어 방어전 일정을 잡지 못한 최 선수는 챔피언 자리를 내놓아야 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또 남자들도 견디기 힘든 고강도 스파링을 소화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의 숨소리조차 멎게 만들었다.
한번도 경기장을 찾지 않았지만 직장에선 딸 자랑에 여념이 없었던 아버지를 여읜 후,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츠바사 선수의 사연도 시청자들의 코끝을 찡하게 했다. 그리고 타이틀 매치가 끝난 뒤 붓고 멍든 얼굴을 마주한 두 선수가 끌어안고 우애를 나누는 마지막 모습은 감동의 절정을 선사했다.
예능에 다큐만 담았다면 그다지 신선할 것도 없다. 요즘 '리얼'을 강조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어느 정도 갖췄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 현장이 주는 짜릿함 때문이었다. 주먹을 주고 받는 양 선수의 심장박동이 느껴졌고, 딸을 위해 기도하는 부모들의 간절함이 전해졌다. 생중계에선 볼 수 없는 자막과 영상편집 등은 재미와 박진감을 배가시켰다.
'무한도전'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제작진과 두 선수에 대한 응원과 격려의 글이 줄을 이었다. MBC라디오의 한 시사프로그램은 츠바사 선수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복싱을 미화했다, 말초적 감동 코드를 자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식상해져 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항상 새로움에 도전하는 '무한도전 정신'이야말로 예능의 정석이 아닐까?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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