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4개년 국방검토보고서(QDR)'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언급한 것이 뉴스가 됐다. 중ㆍ장기 국방 전략을 의회에 보고하는 이 문건은 원래 크게 주목할 내용은 아니다. 주한미군을 한국 방위를 벗어난 기동군으로 바꾸는 것은 부시 행정부 때부터 추진한 국방개혁, 이른바 국방 변환의 핵심이다. 우리 역대 정부도 기본적 합의를 이룬 사안이다. 이걸 전시작전통제권과 연결해 부각시키는 것은 언뜻 애국적이지만, 전략적 유연성과 얽힌 현실적 과제를 흐릿하게 만들어 오히려 국익을 해칠 수 있다.
전략적 유연성 개념은 냉전 종식 이후 해외주둔 미군을 고정된 거점 방위에서 이른바'지구 기병대'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된 명분은 불량국가와 테러 지원세력 등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대규모 해외주둔에 대한 미국 안팎의 지지가 줄고 주둔군지위협정 논란과 환경규제, 반미감정 등 부담이 늘어난 현실이 배경이다. 미 본토와 영국 일본 한국 등 핵심 동맹국의 미군을 정예 기동군으로 재편성하면서 전작권을 한국에 이양하기로 한 것은 일맥상통한다.
우리 사회는 전작권 논란에 치우쳐 전략적 유연성은 소홀히 다뤘다. 지난 정부는 미국의 전략 변화에 따른 전작권 인수를 자주적 업적인 양 내세우면서, 최고의'지구 기병대'입지인 평택 미군기지는 선뜻 내줬다. 보수세력은 좌파 정부가 전작권 인수로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고 욕하느라 전략적 유연성에 따를 안보위협 요소는 무시했다. 진보세력은 평택기지 반대에 과격한 구호와 폭력을 앞세우는 바람에 국민에게 외면 당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이를테면 대만을 둘러싼 중ㆍ미 분쟁에 우리가 뜻하지 않게 연루될 위험을 지니고 있다. 미군이 우리 영토에 드나드는 것을 적절히 통제해야 할 군사주권과도 얽혀 있다. 미군의 한반도 방어임무와 지구 기병대 역할을 어느 선에서 조정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과제를 제쳐둔 채 전작권 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본질을 흐린다. 무엇이 국익인지 바로 헤아려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