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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 천국' 호주 들여다봤더니/ 퇴직연금 자산 1200조 금융시장·노후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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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 천국' 호주 들여다봤더니/ 퇴직연금 자산 1200조 금융시장·노후 '버팀목'

입력
2010.02.0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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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사들에게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퇴직연금 시장.

특히 올해는 기업들의 퇴직연금 도입이 의무화되는 해지만 올해 50조원, 2015년 150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여전히 국내 퇴직연금 규모는 10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퇴직연금 선진국으로 꼽히는 호주에서 성공의 비결과 교훈을 살펴봤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던 2008년10월초,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다른 어떤 것보다 "호주인들의 퇴직연금 저축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확실히 선진국다운 걱정이었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해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호주 증시가 급락했고 퇴직연금펀드에 들어있던 자산은 20% 가량 급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퇴직연금은 증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주식시장의 3분의1을 차지하는 퇴직연금 투자금이 굳건히 버티면서 원자재 수출호조 등 바람을 타고 호주 증시는 최근 다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호주의 퇴직연금 자산규모는 약 1조2,000억 호주달러(약 1,200조원). 전체 운용자산의 78%가 퇴직연금 자산일 정도로 호주 자본시장은 사실상 퇴직연금이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기업의 최대주주가 퇴직연금 펀드들이다. 호주 금융투자연합회(IFSA) 존 오쇼네시 부회장은 "퇴직연금 펀드가 2,000여개에 이르는데다 모두 장기투자가 목적이어서 주주로서의 횡포나 투자방식 변화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근로자 월급의 9%를 고용주가 의무적으로 붓게 해 일명 '보증부 퇴직연금'(Superannuation guarantee)으로 불리는 호주 퇴직연금은 노령화 사회를 앞둔 호주 사회안전망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 퇴직연금은 ▦정부가 지급하는 노령연금과 ▦개인의 자발적 연금저축과 함께 노후를 위한 '3층 보장구조'를 이루고 있다.

보통 임금의 27~42% 수준인 노령연금에 퇴직연금까지 더하면, 호주 은퇴자들은 과거 퇴직전 임금의 50~70%를 연금으로 받고 있는 셈이다.

호주정부는 20년 전(1992년) 퇴직연금 의무화를 선언하면서 ▦파격적 세제혜택(일반 소득세율은 최고 45%지만 퇴직연금은 15%)과 ▦획기적 보조금(개인이 1달러를 납부하면 정부가 1.5달러를 더해 줌)을 지원해줬다.

재정악화에 대한 우려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퇴직연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노후사회의 버팀목이 되었다.

IFSA의 마틴 코디나 정책이사는 "현재 호주의 퇴직연금 시스템은 30년간의 노력으로 완성됐다"며 "90년대 중반 정부가 일찍이 향후 20년간의 퇴직연금 개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대국민 설득을 통해 의무 납부비율을 꾸준히 올려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해외 자산 투자비중이 33%(2005년 기준)에 이를 정도로 투자처가 다양한 호주 퇴직연금은 지난 20년간 연평균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 같은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5%)의 2배를 넘었다.

시드니(호주)=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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