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11월 사회주의 계획경제 재건을 목표로 화폐개혁을 단행했으나 식량 부족과 시장기능 마비 등 후유증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인권단체 '좋은벗들'은 2일 소식지를 통해 "올해 1월 1일부터 26일까지 함남 단천시에서 굶어 죽은 사람이 속출했다"며 "단천시 각 인민반마다 굶주림 때문에 일을 못나가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사망자도 하루에 1,2명씩 나왔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북한 노동당 실태조사 자료를 인용해 "함북 청진시는 전국의 도매시장 역할을 해오다 시장운영 금지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소식지는 "단천시에서는 한국전쟁 참전자 등 일부 주민들이 시당 건물 앞에 모여 '돈교환(화폐개혁)으로 다 굶어죽게 생겼다'면서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며 화폐개혁 이후 고조되는 주민들의 불만을 전했다.
식량난과 함께 시장폐쇄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최근 함북 신의주에선 쌀 값이 북한 당국이 고시한 kg당 가격(30원)의 10배 수준인 3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내륙 산간지역은 4,000원까지 가격이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돼지고기와 담배 등 다른 생필품도 고시 가격의 수십배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이나 무역일꾼들이 폭리를 취할 목적으로 물건을 시장에 풀지 않아 가격 폭등을 유도하고 있다는 전언도 나왔다. 대북 무역을 하는 한 화교는 "북한 무역상들 사이에 지금 팔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있는 탓에 쌓아 둔 물건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 대북 무역상들은 "화폐 개혁으로 경제가 10년 후퇴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가운데 화폐개혁을 주도한 노동당 재정관리 부장이 경질됐다는 얘기가 주민들 사이에 파다하다"고 전했다. 이 전언이 사실이라면 화폐개혁에 대한 비판이 권력층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화폐개혁 이후 환율도 급등하고 있다. 북한은 당초 달러당 신화폐의 교환비율을 98원으로 고시했으나, 현재 평양에선 달러당 500원, 신의주에선 800원까지 환율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노동자 임금을 100배 인상해 민심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꾀했으나 2개월 만에 임금지급이 중단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