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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다보스에서 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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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다보스에서 본 한국

입력
2010.02.0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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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2010. '다시 생각하고, 다시 디자인하며, 다시 구축하자 (Re-think, Re-design, Re-build)' 라는 주제 아래 지난 주 개최된 제 40차 다보스 포럼은 작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미국 정부와 금융 자본가들에 대한 강도 높은 성토도 없었고, '가자 사태'와 같은 정치적 쟁점을 둘러싼 대립도 재연되지 않았다. 새로운 세계질서의 구축을 위한 '다보스 컨센서스' 도출이 압도적 의제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위상 재확인한 포럼

그러나 두 개의 큰 쟁점을 피해 나갈 수는 없었다. 하나는 국가와 시장 관계다. 구제 금융 경기부양 등 국가의 시장 개입이 금융위기 극복과 경제 살리기에 공헌했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국가의 과도한 개입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오바마와 폴 볼커의 과도한 은행 규제책에 대한 저항은 거셌다.

다른 하나는 세력전이다.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 가시화하는 듯 했다. 이번 포럼에는 래리 서머스 미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밥 호마트 경제담당 국무차관이 미측 최고위급 인사로 참석했지만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반면 리커창 중국 부총리와 주민 인민은행 부총재의 비중이 돋보였다. 인도 브라질 남아공도 여느 때와 달리 크게 각광 받았다.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의 잔치인 다보스 포럼이 이번에는 그리 밉게 보이지 않았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까지 가세한 아이티에 대한 대대적 모금 활동은 물론 빌 게이츠의 선행도 한 몫 했다. 빌 게이츠 재단은 아프리카 등 최빈국 지역에 소아마비등 각종 질병에 대한 백신 연구 개발을 위해 10년간 100억달러라는 거금을 희사하겠다고 밝혔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참 모습을 본다.

한국의 위상도 크게 부각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1월 27일 특별연설을 통해 'G20 합의사항 철저 이행, 국제 개발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개발도상국 비회원국들에 대한 아웃리치 및 비즈니스 서밋' 이라는 11월 G20 정상회의의 기본 방향을 제시해 공감을 샀다. 1월 28일 '한국의 밤' 행사도 같은 시간대의 일본이나 중국의 밤보다 더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그리고 이번 포럼은 그 산하의 한국미래 아젠다위원회가 제시한 '사회적 책임을 같이하는 녹색성장(Green, Responsible, Growth)' 제안을 공식 아젠다로 채택, 4월 카타르 세계 아젠다 정상회의에서 의제화하기로 했다. 세계경제포럼이 녹색성장을 세계적 운동으로 전개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동참, 그린 테크놀로지 개발, 사회 패러다임의 개조, 국제공조 강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G20에서 안보까지 논의를

포럼 산하 21세기 안보 아젠다위원회도 'G20 힘 실어주기(Empowering G20)' 제안을 통해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 기간 중 20개국 고위급 안보 보좌관 회의를 별도로 개최하고, 이를 계기로 G20가 경제ㆍ금융뿐 아니라 안보, 특히 비전통적 안보현안을 다루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주도로 G20를 세계적 차원의 공동안보, 포괄안보, 협력 안보의 새로운 논의의 장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보스 2010'에서 본 한국. 아직 갈 길은 멀고 할 일도 많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작은 분단국가라는 낡은 틀을 깨고,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국제적 위상과 지위를 드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이벤트였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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