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성을 향한 국악계의 움직임이 연초부터 활발하다. 양악 쪽에서도 그런 노력은 합쳐진다.
국립극장이 최근 발표한 신년 사업계획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박범훈 김영동 등 국악 현대화에 앞장선 작곡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 국가브랜드 공연물 창작 계획을 밝혔다. '네 줄기 강물이 바다로 흐르네'(가제)란 제하의 이 프로젝트는 한ㆍ스페인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양국 현지 연주회 등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기독교, 도교, 무교, 불교를 소재로 한국인들의 정서와 정신세계를 한국적 선율로 표현한다. 전통과 현대의 다양한 음악어법에서 출발하는 창작 국악은 국악의 변용이란 테마에서 중요한 흐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2008년 관현악단, 독경 등 대편성으로 핀란드 등 북구 순회무대에서 공연했던 김영동의 '화음'은 국립극장의 국가브랜드 공연물 사업에서 모범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국립합창단은 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새로 편곡된 우리 가곡과 민요 합창' 무대로 올해의 본격 출발을 알린다. '바위고개' '보리피리' 등 국민이 애창하는 노래들을 이영조 이건용 등 중견 작곡가들이 편곡, 나라오페라합창단이 남성ㆍ여성ㆍ혼성 합창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무대다. 지휘 나영수.
앞서 지난달 14~15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펼쳐진 '국악실내악 축제_젊은 소리' 무대는 국악을 중심으로 한 퓨전 음악의 향연이었다. 대학로공연예술센터의 공연예술 특성화사업의 하나로 열린 이날 무대에서 유경화 칠현금앙상블은 창작 국악에서 헤비메탈 그룹 메탈리카까지를 국악적 음색에 녹여냈다. 잊혀져 가는 악기인 칠현금으로 젊은 관객들의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 국악 뉴에이지 그룹의 기치를 내건 5인조 악단 A'is'는 창작 판소리를 퓨전 선율에 얹었다.
한편 TV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음악을 담당했던 지휘자 서희태씨가 이끄는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역시 유사한 행보를 하고 있다. 정기 공연 때마다 '아리랑' '도라지' 등 민요를 편곡해 대편성으로 만든 작품을 꼭 들려준다. 서씨는 "외국인도 충분히 연주할 수 있는 전통 음악이 돼야 한다"며 "국악기 없이도 연주될 수 있는 한국 음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전통 선율을 세계인의 취향에 맞도록 재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씨가 펼치고 있는 '정오의 음악회'는 대중적 관심속에 국악의 미래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지난달 19일에는 하차투리안의 역동적인 '가면 무도회'를 국립국악원관현악단 상임지휘자 조정수씨의 지휘로 연주, 급속한 폴카 리듬까지 재현하는 국악기의 새 맛을 보여주었다.
국립극장이 기획한 이 행사는 같은 편성으로 퉁소 협주곡 형식에 클래식 명곡을 모은 '만파식적'과 바리톤 정록기와 함께하는 '막걸리송'(23일), '플룻과 대금을 위한 협주곡 다 장조'(3월 16일) 등을 들려준다. '신쾌동류의 가문고 산조' '상령산' 등 엄정한 국악 레퍼토리와 나란히 상재돼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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