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정상회담을 위한 대가는 있을 수 없다는 대전제 하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야 한다"며 "이 원칙을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영국 BBC 인터뷰에서도 "남북 정상이 만나는 데 조건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1, 2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 과정의 뒷거래 의혹을 둘러싼 논란으로 빛이 바랬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전제와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돼온 비밀접촉에서 북측은 상당한 규모의 식량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약속하거나 정상회담 전에 제공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이 말한 '남북 정상간 조건 없는 만남'은 바로 이 문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북방외교 개척 시절이나 막혔던 남북관계를 뚫는 과정에서 뒷거래가 관행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투명성이 강조되는 요즘에는 어림도 없다. 북측도 이제 이러한 사리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 문제가 정상회담 개최 합의에 중요한 걸림돌이 된다면 보다 유연하게 접근해볼 수도 있는 문제다.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사안과는 무관하게 이뤄져야 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경색으로 식량 비료의 대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올해 영농기와 춘궁기에 맞춰 비료와 식량 지원을 재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여기에 조만간 열리게 될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 협의, 개성공단 3통 문제와 근로자 숙소 및 임금문제 해결이 맞물리면 자연스럽게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원칙을 견지하며 차분하고 신중하게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옳다. 다만 남북정상회담 개최나 그 추진과정에서 쌓이게 될 남북간 신뢰는 지지부진한 6자회담 재개 및 북핵 논의 진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싸고 각종 추측과 주장이 난무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는 여기에 흔들리지 말고, 남북관계 진전과 북핵 문제 해결이 선순환하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