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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장애인을 위한 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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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장애인을 위한 책이 없다

입력
2010.02.0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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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을 권리는 모두의 것이다. 그러나 앞을 못 보는 사람, 약시, 난독증, 작은 글씨를 읽기 힘든 노인, 평생 누워 지내는 중증장애인, 양 팔이 없는 사람은 책을 읽고 싶어도 못 읽는다. 이같은 독서 장애인이 전 국민의 20%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점자책, 녹음도서, 촉각도서, 큰활자책 등 대체 도서는 전체 국내 출판물의 2%도 안 된다.

민음출판그룹과 교보문고가 1일 점자책 5,000권 만들기 캠페인 '책 같이 좀 봅시다' 를 시작했다. 21일까지 교보문고 전국 16개 매장과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민음출판그룹의 책을 판매한 수익금 일부를 한국점자도서관에 기부, 점자책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민음출판그룹은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 최재천의 <개미 제국의 발견> , 김향이의 <달님은 알지요> 등 그동안 펴낸 책 중 11종을 큰활자책으로 만드는 사업을 동시 진행한다. 저자들이 아무 대가 없이 흔쾌히 동의해서 큰활자책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큰활자책은 시력이 약해서 책을 읽기 힘든 사람들과 노인들을 위한 책이다. 하지만 수요가 적은데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 출판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분야다.

우리나라에서 큰활자책 출판은 지난해에야 시작됐다. 지금까지 겨우 29종이 나왔다. 2009년 한 해 동안 국내서 출판된 도서가 4만 2,191종(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임에 비춰볼 때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봐도 된다. 이들 큰활자책 중 14종은 사회적기업인 도서출판 '점자'가 만들었다. 큰활자책, 점자책, 촉각책, 점자라벨책(일반 책에 점자 투명 필름을 입힌 책) 등 독서장애인을 위한 책을 만드는 국내 하나뿐인 출판사로, 한국점자도서관이 지난해 2월 설립했다. 이 출판사는 지난해 20여 종에 이어 올해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등 20여 종을 더 내놓을 계획이다.

일반 도서가 보통 11포인트 혹은 12포인트 활자를 쓰는데 비해 큰활자책의 활자 크기는 18포인트 정도. 자연히 책 부피가 여러 권으로 늘어난다. 점자책은 맹인만 보기 때문에 일반 도서 판매에 영향이 없어 저작권과 상관없이 만들 수 있지만, 큰활자책은 판권을 사야 출판할 수 있다. 따라서 출판사나 저자가 저작권을 기증하거나 조금만 받는 양보를 해주지 않는 한 만들기 어렵다. 또 기존 책의 활자를 확대하면 글꼴이 깨지기 때문에 편집도 새로 해야 한다. 이래저래 책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도서출판 점자는 노인 등 독서장애인이 직접 이들 책을 살 경우 30~60% 할인을 해주고 있다.

육근해 점자 대표는 "큰활자책 등 독서장애인을 위한 도서는 상업출판이 어렵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나라마다 독서장애인을 위한 대체자료가 연간 100~200종 나오고 있고, 1970년대부터 도서관마다 독서장애인 도서 코너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들만큼 책을 내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이뤄지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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