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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우주는 째깍거리고 별들은 톱니를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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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우주는 째깍거리고 별들은 톱니를 맞춘다

입력
2010.02.0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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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보려고 손목을 들었는데

시계 유리에 동그랗게 떠 있는 하늘

범선의 돛대처럼 초침은

저녁 구름 위를 천천히 떠가고

시계를 보려고 손목을 들었는데

시계는 간데없고

저무는 하늘의 풍경 주위로

반짝거리며 나타나

회전하는 수억 개의 톱니바퀴

째깍거리고―

째깍거리고―

젊은 인간이 애통해 울고, 이 슬픔을 기억해야지, 수없이 되뇌지만 기쁨도 슬픔도 사라지고 곧 울음의 기억도 잊어버려, 그를 울게 만든 사람과 지금 방금 옷깃이 스친 줄도 모르고 무심히 지나쳐 길을 건넌다 그 보행자가 길을 또 건너고 건너고 또 여러 번 울다가 점점 종이 위에 그린 멈춘 시계 같은 얼굴이 되어 그의 째깍거리는 소리가 마침내 길 위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러고 나서 또

언젠가 멈출 시계 같은

다른 보행자들의 슬픔을 반짝이는 초침으로 밀고 가며 계속

우주는 째깍거리고

우주는 째깍거리고

시계들은 애통해 울고

별들은 톱니를 맞춘다

● 영화 '아바타'를 보는데, 살아가는 터전에서 쫓겨난 나비족이 나무 아래에 모여서 기도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제 입에서는 한숨이 나오더군요. 언제나 그런 식이었죠. 힘이 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기댈 곳은 질문으로만 이뤄진 기도뿐이죠. 도와주실거죠? 우릴 도와주실거죠? 이렇게 힘들고 고생했는데, 우린 잘 되겠죠? 하지만 거기 우리의 질문을 듣는 거대한 뭔가가 있다면, 그게 하느님이든 우주든 대지든,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이 어마어마한 존재가 있다면 대답해줄까요? 하지만 대답은 없어요. 어쩌면 우리가 죽을 때까지도 그 대답을 들을 순 없어요. 영화의 대사처럼 그저 균형을 잡을 뿐,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는 대답조차도. 진짜 질문은 그 다음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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