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라고 모두 거창한 유물만 전시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 속 물건들도 박물관의 어엿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국보나 보물급 유물은 없지만 색다른 전시물로 관람객들의 인기를 흠뻑 받고 있는 박물관들이 경기도 곳곳에 숨어 있다. 자녀들의 손을 잡고 이색 박물관 나들이에 나서는 것은 어떨까.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능원리에 가면 수원화성 성곽을 닮은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등잔만을 모아 놓은 한국등잔박물관'이다.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 우리의 삶을 밝혀준 등잔 290여 점을 비롯해 민속품과 자기, 목가구 등 2,200여 점의 생활용품이 전시돼 있다. 등잔박물관은 의사였던 김동휘(91)옹이 사재를 털어 1997년 9월 개관했다.
등잔을 모티브로 삼은 것은 등잔에 담긴 추억과 어둠 속 유일한 빛이었던 등잔이 잊혀져 가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등장박물관은 한해 3만5,000여명이 찾아오며 용인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폰박물관'에서는 구식 휴대전화도 훌륭한 전시품으로 거듭난다. 여주군 점동면 당진리의 폰박물관은 '오래된 것만 박물관에 전시된다'는 고정관념을 날려버린다.
2008년 3월 개관한 이 박물관에서는 160여년 전 발명된 모스전신기, 1876년 선보인 세계 최초의 전화기, 1896년 고종황제 때 들어온 벽걸이형 자석식 전화기와 교환대 등 전세계의 유선전화기와 휴대전화기들을 만날 수 있다.
휴대전화 3,000여점을 포함해 모두 6,000여점을 보유했다. 국내에 하나 뿐인 전화기박물관이고, 세계적으로도 휴대전화를 특화한 유일한 박물관이다.
이병철 관장은 "휴대전화는 우리가 세계 1등 기술을 가졌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2위라 진정으로 자랑해야 할 산업"이라며 "외국에는 산업기술박물관이 많지만 우리에게는 거의 없는 것이 안타까워 폰박물관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만화를 좋아한다면 부천시 원미구 상동 영상문화단지 내 '뮤지엄만화규장각'을 찾으면 된다. 2001년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부천종합운동장에 설립된 만화박물관이 지난해 7월 현 장소로 이전하며 만화규장각으로 다시 태어났다.
국내에서 유일한 만화박물관에서는 시대별로 국내 유명 만화들을 접할 수 있다. 이현세 등 유명 만화가들이 기증한 펜 200여 개도 만날 수 있다. 국내외 만화는 물론 애니메이션도 감상할 수 있다. 2월 말까지는 프랑스만화전이 열린다.
이밖에 '부천로보파크'와 '박물관 얼굴'도 독특한 소재의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원미구 약대동 부천테크노파크 안에 조성된 '부천로보파크'는 국내외를 통틀어 최초의 로봇 상설전시관으로 로봇뮤지엄과 로봇스포츠센터, 로보파크체험실, 4D영상관, 포토존 등으로 구성됐다.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의 '박물관 얼굴'에는 석인, 목각인형, 탈과 가면, 도자기나 테라코타 인형 등 1,000여 점이 넘는 얼굴 관련 조형물이 전시돼 있다. 이 박물관은 2월12일까지 겨울 휴관이라 이후에나 관람이 가능하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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