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존 크라신스키)와 동거하던 베로나(마야 루돌프)는 임신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의 마음 속엔 설렘과 걱정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사랑만 존재할 뿐 번듯한 직장이 있지도, 부모가 든든한 후원자로 나서지도 않기 때문이다. 출산을 앞둔 이 커플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물들 수 있을까. 아니면 어두운 잿빛이 깃들게 될까.
미국영화 ‘어웨이 위 고’의 감독은 샘 멘데스다. ‘아메리칸 뷰티’로 미국 중산층 가정에 사형선고에 가까운 신랄한 비판을 퍼부어 2000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자신의 아내 케이트 윈슬렛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지난해 발표작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가정을 여성의 삶을 갉아먹는 폐쇄적 사회 구성 단위로 해석했다.
그렇다면 ‘어웨이 위 고’는 출산이라는 위기에 닥친 한 커플의 고뇌를 묵시록적으로 풀어낸 것일까.
커플은 여행을 떠나 친지와 친구들을 만나며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하나 둘 깨우친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가정은 하나같이 결점투성이다. 피닉스에서 만난 전직 상사 부부는 자신의 아이에게 ‘뚱보’라는 말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육아를 등한시한다. 위스콘신에서 만난 사촌은 융통성 없는 히피식 육아로 주인공 커플을 질색하게 만든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입양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룬 대학 동창생을 만나지만 그들도 친자식이 없는 현실에 눈물 짓는다.
버트와 베로나는 남의 가정의 불행을 통해 역설적으로 낙관적인 미래를 꿈꾼다. 남의 행복을 더 이상 부러워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일까. 뜨거운 부성애를 묘사했던 멘데스의 또 다른 영화 ‘로드 투 퍼디션’에 가까운 영화. 주인공들이 겪는 괴이한 에피소드만으로도 웃음이 나온다. 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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