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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라, 스트레스" 서울대는 명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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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라, 스트레스" 서울대는 명상 중

입력
2010.02.0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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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문대 A(25)씨는 숨이 막히고 맘이 울컥하는 울화증에 시달렸다. 입학 이후 생긴 증세는 졸업을 1년 앞두고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올 초부터 부쩍 심해졌다. "지방에서 홀로 올라와 몇 년째 자취생활을 하다 보니 외롭고 학교생활은 긴장되고, 미래는 불투명하고…." 나름대로 원인을 진단했지만 혼자 힘으론 어찌할 도리가 없는 현실인지라 가슴을 짓누르는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A씨는 최근 3주 사이에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호흡도 느긋해지고 병증도 누그러졌다. 서울대 인문대가 주최한 스트레스 이완(弛緩)훈련 덕분이다. 서울대는 2008년부터 각종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뿐 아니라 교수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돕고 있다. 지성의 상아탑을 노리는 최대의 적이 스트레스라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대는 최근 몇 년 동안 학생과 교수 등의 정신건강 문제로 고심해왔다. 실제로 서울대 학생의 8%가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조사결과(2007년)도 있다. 학교 관계자는 "2005~2009년 사이에 해마다 1~3명의 학생과 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자 학교가 스트레스와의 전쟁에 나섰다. 2007년부터 보건진료소에 신경정신과 진료를 상설운영하고, 2008년에는 명상과 뇌파 훈련을 지도하는 스트레스클리닉을 개설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2006년 680건에 그쳤던 신경정신과 상담건수는 2007년 2,048건, 2008년 2,593건으로 급증했고, 스트레스클리닉은 2008년 243건의 상담건수를 기록했다.

올 겨울방학엔 인문대 학생생활문화원 경력개발센터가 '아우토겐 트레이닝'을 선보였다. '스스로(auto) 생성하다(genos)'는 뜻의 아우토겐은 자기 스스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 방법을 터득하는 스트레스 이완훈련(최소 4주)이다. 타인과의 상담보다 자신을 살피는 명상에 초점을 맞췄다. A씨를 포함해 벌써 20여명이 찾아와 효과를 봤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편안한 자세를 취해 앉거나 누워 마음속으로 '심장이 고요하고 힘차게 뛴다' '호흡이 고르고 고요하다' '이마가 시원하다' 등의 문장을 반복한다. 자기 암시를 통해 긴장을 풀고 집중적으로 휴식할 수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두 시간 훈련에 참가한 이모(인문대4)씨는 "호흡이 고요한 상태가 얼마나 좋은지 새삼 깨닫게 됐고, 평상시 성취욕이나 집념을 조금 덜어내게 됐다"고 말했다. 최윤영 인문대 학생생활문화원장은 "우연의 일치겠지만 스트레스 해소 상담과 훈련 프로그램이 가동 된 후 인문대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고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했다.

남몰래 스트레스를 눌러야 했던 교수들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교수를 위한 아우토켄 트레이닝 8주 과정을 열고 단체메일을 보냈더니 10~12명의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신청했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 고상근 리더십개발부장은 "학생 못지 않게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교수들에게 꽤 호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스트레스로 유발되는 탈진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주희 한국아우토겐협회 사무총장은 "개인의 노력으로 환경을 완전히 바꿀 수 없다면 바쁜 생활 속에서 스스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배우는 것도 자신을 지키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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