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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연 '시간의 주름'전… 붓과 펜의 색다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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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연 '시간의 주름'전… 붓과 펜의 색다른 만남

입력
2010.02.01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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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안종연(57)씨가 소설가 박범신(63)씨의 글을 미술작품으로 옮겼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3일 개막하는 안씨의 개인전 '시간의 주름'은 박씨의 소설 <주름> 과 <고산자> 등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한 평면과 입체, 영상과 설치 작품 60여점으로 꾸며진다.

두 사람을 짝지운 것은 문화예술단체 문학사랑과 대산문화재단이 2004년부터 진행해온 '문학과 미술의 만남' 시리즈.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박씨는 안씨에게 딱 한 마디를 했다고 한다. "내가 쌀을 드릴테니 떡을 찌든 밥을 하든 마음대로 하세요."

박씨의 소설 수십 권을 읽은 후 안씨는 생성과 소멸이라는 주제의식을 뽑아냈다.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총동원해 이를 은유적으로 형상화했다. 스테인리스 스틸에 드릴로 점을 찍어 물결처럼 빛이 번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빛의 영혼', 나이테가 있는 나무판 위에 인두로 그림을 그린 '고산자', 바닥에 깔린 흰 모래 위에 만화경 같은 이미지가 반복되는 영상 작품 '만화경' 등이 그것이다.

특히 시선을 압도하는 작품은 가로 290㎝ 세로 145㎝의 대작 '바이칼호수의 영혼'이다. <주름> 에서 여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하는 바이칼호의 느낌을 표현한 작품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합성수지의 일종인 에폭시를 붓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 뒤 반짝이는 크리스털 가루를 뿌려서 깊고 오래된 호수의 신비로움을 드러냈다.

안씨는 "늘 시간의 흐름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기에 생성과 소멸이라는 박씨 소설의 주제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며 "텍스트가 있어서인지 누군가와 같이 손잡고 장보고 요리하는 것처럼 쉽고 즐겁게 작업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박씨 역시 "그림들이 프레임 속에 갇혀있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오려는 욕망을 보여준다"며 "그간 내 소설을 옮긴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한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예외"라고 화답했다.

전시작 중에는 '박범신씨'라는 작품도 있다. 남자의 실루엣이 드러나는,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 보이는 렌티큘러 작품이다. 박씨는 "깡마른 남자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내가 그림 속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내 이름을 붙여달라고 부탁했다"며 웃었다. 전시는 28일까지. (02)720-1524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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