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한 한국지역난방공사. 코스피지수가 2.4% 넘게 폭락하는 와중에도 공모가 대비 70% 수익률을 냈다. 일단 공모주 성공 신화를 이어가는 데 성공한 셈이다.
올해 국내 증시에 '공모주 르네상스'가 예고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에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 포스코건설 등이 상장을 추진 중인데다,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까지 기업공개(IPO)에 가세한다.
하지만 공모주라면 앞뒤 재지 않고 무턱대고 투자를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 공모주 투자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뭉칫돈 몰리는 공모주 시장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공모주 시장에는 벌써 9조원 안팎의 돈이 모여 들었다. 지역난방공사의 공모청약에는 청약증거금으로 2조4,880억원(127.3대1)이 몰렸다. 4일 코스닥 상장 예정인 모베이스는 704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1조3,328억원을 끌어 모았다.
25일 상장된 영흥철강(유가증권시장)과 우노앤컴퍼니(코스닥시장)도 각각 1조3,272억원, 9,675억원의 청약이 쇄도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2월에도 집적회로 전문벤처기업 이미지스테크놀로지가 공모 열풍을 이어간다.
3월부터는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대한생명을 필두로 대어급이 공모 시장에 본격 등장할 예정이다. 대한생명은 공모금액이 2조원대, 국내 사상 최대 기업공개로 평가되는 삼성생명은 4조원대로 예상된다.
작년 10월 상장을 연기한 포스코건설과 공기업 대표주자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상장을 추진 중이다. 증권업계는 공모예정 기업 수는 100여개, 공모자금은 1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모주 불패는 없다
작년 하반기 상장된 36개 종목의 공모가 대비 주가를 분석한 결과, 29일 현재 주가가 공모가보다 오른 종목은 한국전력기술(177%) 등 15개였다.
반면 현 주가가 공모가보다 하락한 종목은 이보다 더 많은 21개에 달한다. 공모 전 투자자의 큰 관심을 모았던 동양생명보험과 동국S&C도 현 주가가 공모가보다 각각 16.18%, 2.27% 밑돌고 있다.
상장 첫날 성적도 100% 장담할 수는 없다. 동양생명, 동국S&C, 쌍용머티리얼 등 7개사는 상장 첫 날의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최대 10%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원소윤 펀드애널리스트는 "지수 상승기에 공모를 하는 경우에는 공모가격이다소 높게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후 증시가 하락세로 반전하면 공모가 버블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3월 이후 국내 증시가 반등하면서, 공모주 시장에서 가격이 높게 형성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 상반기에 상장한 공모 기업들의 성적표가 하반기 상장사보다는 좋다. 상반기에 상장한 31개 기업 가운데 29일 현재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곳은 9개사에 불과했다.
공모가에 낀 거품을 체크해라
공모주 투자의 성공은 '공모가에 얼마나 거품이 끼어있는지'에 달려있다. 삼성증권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공모가가 적정 수준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수익성 및 성장성을 점검하고, 상장 이후 주식 물량이 증가할만한 요인이 없는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에 당기순이익을 곱하면 적정 시가총액과 주가를 구할 수 있는데, 이렇게 구한 주가가 공모가보다 20% 가량 높은 수준이어야 수익률을 기대해 볼만 하다.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주식관련 사채, 스톡옵션 등과 같이 나중에 주식 수가 늘어날 수 있는 요인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주식 물량이 늘어나면,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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