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격적인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주식 투자자들의 계산서에 예상보다 빨리 출구전략이 등장했다. 인도 중앙은행도 시장의 예측보다 큰 폭으로 지준율을 인상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금리인상은 올해 하반기 이후에나 이뤄질 전망이지만, 중국과 인도의 긴축으로 '글로벌 공조 하에서 각국이 출구전략을 최대한 늦출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퇴색했다. 투자자들도 일단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금주 국내 증시는 변동성이 축소되면서 바닥을 다지는 한 주가 될 전망이다. 지난주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로 수급이 무너졌지만, 국내 펀더멘탈이 양호하기 때문에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 치우는 가운데서도 지난주 국내 주식형 펀드로 3,000여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국내 기관의 매수 여력이 커져, 지수의 추가 급락을 저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미만인 종목에서도 자금 유입이 나타난다.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환류하면 펀더멘탈이 양호한 시장부터 유입될 텐데, 그런 측면에서 양호한 펀더멘탈과 주변국이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가는 국내 증시의 가장 큰 자산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선행지표인 중국 본토 증시도 진정되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가 은행대출을 죄는 방식으로 자산 버블을 억제하면서 최근의 조정기 국면에선 은행주가 선행지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 지난주 중국 은행주들의 하락세가 진정된 것이 중국 본토시장과 글로벌 주식시장 약세의 진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전해질 뉴스들도 지난주보다는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불확실성의 시발점이었던 미국과 중국의 정책은 각각 미국 은행의 위험 축소와 중국의 자산버블 억제가 목표였다. 지난 한 주만을 보고서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정책 목표는 일정 부분 달성됐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순매도로 볼 때 리스크 축소가 상당히 이뤄졌고 중국 주가 하락으로 자산 가격 버블 억제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 결정자들의 입장은 시장에 중립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번 주에는 중국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주간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1월 중국 정부의 긴축 기조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PMI가 예상을 웃돌 경우 시장에선 호재로 인식돼 지수가 가파르게 반등할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주 중국의 긴축 우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작지 않았기 때문에 PMI가 예상에 부합하거나 소폭 밑도는 수준으로 발표되더라도 시장은 안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간 중국의 긴축 우려로 하락 폭이 컸던 철강과 운송 등 전통적인 중국 관련주의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고한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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