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당첨이 내 인생을 망쳤다."
2006년 3,000만달러(약 347억원)의 복권에 당첨돼 '인생 역전'에 성공한 미국의 트럭 운전사 조수 에이브러햄 셰익스피어(43)는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남기고 9개월 전 사라졌다. 셰익스피어의 어머니는 실종된 아들이 자메이카로 떠났을 것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29일 한 주택 뒷마당 콘크리트 바닥 밑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AP통신은 그가 플로리다주 힐스보로 카운티의 한 주택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그가 살해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데, 그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복권 당첨 당시 그가 알고 지내던 도리스 도네건이라는 여성의 남자친구 집이었다. 아직 범인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주변에는 그의 돈을 노리는 사람이 많았다고 가족과 친구들은 증언했다.
셰익스피어는 상금을 매달 일정액을 타는 연금식 대신 1,700만달러(약 196억원)를 한꺼번에 받았다.
셰익스피어는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했으며 거의 문맹이었다. 절도죄로 감옥에 드나들었던 그에게 복권당첨은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였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당첨 당시 동료 트럭 운전사 중 한 명은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지갑에서 복권을 훔쳐갔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다른 친구들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돈을 요구했다. 그의 일대기를 쓰겠다며 접근했던 도네건도 셰익스피어의 돈 100만달러를 인출해 자동차를 사는 등 흥청망청했지만, 경찰에는 선물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셰익스피어의 형 로버트 브라운은 동생이 자신의 불행을 예견이라도 한 듯 복권을 구입하면서 "당첨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전했다. 친구 사무엘 존스도 셰익스피어가 평소 "복권 당첨 후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이 한때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모두들 내 돈만 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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