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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언급/ 남북 의제조율 등 물밑접촉 상당한 진전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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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언급/ 남북 의제조율 등 물밑접촉 상당한 진전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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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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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연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시사함으로써 핵 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간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북핵 문제의 일괄타결방식인 '그랜드바겐'에 대한 북측의 성의 있는 답변을 요구해왔다. 또 국군 포로 및 납북자 문제 해결 노력 등도 회담 성사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북측은 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는 미국과 상대하고, 남측과는 경협과 인도적 지원 방안만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양측은 물밑접촉 과정에서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날 이 대통령이 "연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정상회담 개최를 강력히 시사함에 따라 최근 양측의 실무접촉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만나는데 조건이 없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남북 양측이 의제 조율 과정에서 한발씩 양보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는 그랜드바겐 부분을 강력히 주장하는 대신 국군 포로 및 납북자의 실제 송환 문제를 후순위 의제로 미뤘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또 북측도 관심사인 남북경협 규모 등을 보다 확대하는 대신 그랜드바겐 등 핵 문제 해법에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엔 남북 양측의 이해가 맞닿는 측면이 있다. 정부와 여권은 회담 개최를 통해 남북관계의 전기를 마련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국내 정국 운영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여당 주변에서는 "세종시 문제와 6월 지방선거 등 큰 과제를 푸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북측도 김 위원장의 건강과 후계문제를 고려해야 하는데다 극심한 경제난을 풀어가야 하므로 조속한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협력을 바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상회담은 언제 어디서 개최될까. 일단 연내 개최를 시사했다는 점에서 6월 지방선거 전과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를 전후한 시점을 생각할 수 있다.

특히 4월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핵 안보 국제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점에서 3월 말~4월 초에 전격 개최될 가능성도 있다.

개최 장소는 양측이 모두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북측은 김 위원장의 건강 등 신변 문제를 고려해 평양 등 북한 내에서 개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 측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모두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기 때문에 서울이 아니면 최소한 판문점 정도에서 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도 생각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회담 모양새 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해 평양 개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 대통령이 '만남을 위한 만남'이 아닌 성과 있는 회담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연내에 남북 정상이 만날 경우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발언록

▦ "거듭 말하지만 만남을 위한 만남, 원칙 없는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일관된 생각이다."(2009년 11월6일, 외교안보자문단 조찬 간담회)

▦ "북핵 포기에 도움된다면, 국군포로·납치자(납북자) 문제를 서로 이야기하며 풀 수 있다면 남북 정상이 만날 수 있다. 정상회담의 장소는 첫째 조건이 아니다. 핵과 인도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이번 한번만은 (회담 장소가) 굳이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는 그런 융통성을 갖고 있다."(2009년 11월27일,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 "조만간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순 없지만 아마 연내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 단지 우리가 유익한 대화를 해야 하고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2010년 1월29일, BBC 인터뷰)

다보스=염영남 기자 lieb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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