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오픈테니스 대회가 30일, 31일 남녀 단식 결승만을 만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갖가지 화제가 경기장 안팎을 수놓고 있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는 없었지만 비너스 윌리엄스(미국)가 피부색과 같은 속옷차림으로 불러 일으킨 노팬티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비너스는 메이저대회에서 7차례 우승을 차지했지만 유독 호주오픈과 인연이 없었는데 이번에도 악연을 끊지 못했다. 앤디 머레이가 1977년 존 로이드 이후 33년 만에 영국선수로서 이 대회 결승에 오른 것도 눈에 띈다. 영국 선수가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36년 프레드 페리의 윔블던 제패가 마지막. 만약 머레이가 우승하면 74년 만에 메이저 대회 타이틀에 영국인의 이름을 새기게 된다.
하지만 중국의 리나와 정지에가 나란히 준결승에 오른 것이 가장 알찬 수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아시아 테니스의 재발견'이라며 추켜세우지만 중국이 수년 전부터 국가예산으로 뒷받침한 결실이다. '테니스의 변방'이던 아시아가, 그것도 우리와 체격이 비슷한 중국 선수가 메이저대회 4강까지 오른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점이 많다.
"지금 후배들의 정신 상태라면 랭킹 50위권내 선수가 나오는 데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이 지난해 은퇴를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이형택은 "선수양성을 위한 환경과 선수들의 체격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동호인들도 많이 늘어났지만 선수층은 오히려 얇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골프와 축구, 야구 등과 비교해 '화려한 미래'가 보장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올 11월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서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한국테니스의 현실은 암울하다. 남녀 통틀어 랭킹 100위권내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반면 대만의 루옌순(101위)과 태국의 다나이 우돔초케(167위), 인도의 솜데브 데바르만(162위)등은 세계 톱스타들과의 맞대결로 실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일본에선 2009년 남자프로테니스 올해의 신인상을 탄 일본의 니시코리 게이가 건재하다. 한국은 임규태(삼성증권)가 198위로 최고수준이다.
한때 랭킹 36위까지 치고 올라간 이형택은 "삼성과 한솔에서 매년 20~25차례 해외 전지훈련을 보내고 있지만 극소수의 선수만을 위한 시스템이라며 투자를 더 늘려 여러 명을 함께 데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니어 유망주들도 단기간의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멀리 보고 도전하는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29일 열린 여자복식 결승에서 미국의 '흑진주' 윌리엄스 자매가 카라 블랙(짐바브웨)-리젤 후버(미국)를 2-0(6-4 6-3)으로 꺾고 정상에 올라 대회 통산 4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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