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정책을 무조건 뒤따르던 아시아 국가들이 유례없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음달 7일부터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될 국제결제은행 아시아지역협의회(BIS ACC)를 앞두고 아시아 일부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금주 만남을 통해 금리인상과 관련 공동보조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아시아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수출비중이 높아 환율이 경제성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거대 수출시장인 미국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자국통화가치가 상승해 결국 (금리를 올리지 않은) 경쟁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 미국의 금리 정책변화에 맞춰 금리를 결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 금리를 제로수준으로 동결할 것이라는 점을 밝힌 후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기다리기에는 아시아 지역 물가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ㆍ필리핀ㆍ인도 중앙은행들이 이번 주 잇따라 금리인상 시사발언을 내놓는 등 아시아 주요국의 금리인상은 시기문제로 보인다.
결국 물가안정을 위해 미국에 앞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문제는 섣불리 경쟁국들 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번 BIS ACC회의 전후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공식ㆍ비공식 회동을 통해 금리인상 공동보조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프레데릭 뉴먼 HSBC 이코노미스트는 “Fed보다 먼저 금리를 올리는 것은 쉽지 않지만, 아시아 주요 중앙은행들이 올해 금리를 2.5%포인트까지 높여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에 앞서 금리를 올리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달러 연동(페그) 환율’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과 수출경쟁을 하고 있는 다른 아시아국가들이 수출감소를 무릅쓰고 중국보다 통화가치를 더 높이는 정책을 시행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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