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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불멸의 전설' 한국 최초의 女장수 고증·상상으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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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불멸의 전설' 한국 최초의 女장수 고증·상상으로 부활

입력
2010.01.3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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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갑 지음 / 바움 발행ㆍ428쪽ㆍ1만3,000원

소설가이자 언론인, 역사연구가인 황원갑(65)씨가 한국 역사상 첫 여자 장수로 알려진 고구려의 수군 대장 연수영(淵秀英)의 일대기를 다룬 역사소설을 첫 장편소설로 썼다. 연수영은 고구려 말기 집권자인 연개소문의 이복 누이동생으로, 연개소문의 정변을 도왔고 당나라와의 전쟁 땐 고구려 영해였던 요동반도 남해안에서 해군을 이끈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황씨는 "1990년대 요동반도 일대에서 연수영의 존재를 증명하는 비석들이 발굴됐지만 중국 당국의 답사 통제, 사서에 언급되지 않은 인물은 인정할 수 없다는 주류 사학계의 편협함 때문에 연수영은 여전히 역사의 뒤안길에 있다"며 "철저한 역사적 고증에 최소한의 상상력을 가미해 연수영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소설은 연개소문의 정변을 빌미로 당 태종 이세민이 644년 고구려를 침공한 데 맞서 연수영이 수군 3,000명을 일으키는 장면으로 막을 연다. "연수영은 푸른 술이 달린 검은 투구를 쓰고, 윤기 나는 검은 미늘갑옷을 입고 있었다… 보통 체구의 스물아홉 살짜리 여인에 불과했지만, 연수영의 목소리만큼은 삼군을 호령하는 장수답게 금속성으로 높고 날카로웠다."(24쪽)

진위 논란이 있는 필사본 '화랑세기'에서 신라의 권세가로 묘사됐던 미실이 최근 소설과 드라마로 되살아난 것처럼, 한국 고대사를 확장시킬 만한 매력적인 여걸 연수영이 황씨의 소설로 부활한 셈이다.

김춘추와 김유신의 신라, 계백의 백제 등 주변국의 압박과 내정의 혼란에도 연수영은 올곧은 기개로 고구려가 당과의 두 차례 전쟁에서 모두 승리하는 데 기여하지만, 결국 내부의 권력 다툼에 휘말려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작가 황씨는 해박한 역사 지식과 선 굵은 필치로 연수영의 운명, 나아가 고구려 말기의 격동적 시대상을 유장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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