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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역사의 공간' 외부성 프리즘에 비춰본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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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역사의 공간' 외부성 프리즘에 비춰본 역사

입력
2010.01.3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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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지음/휴머니스트 발행ㆍ596 쪽ㆍ2만3,000원

일개 대학원생이던 스물넷 나이에 정통 마르크스주의 이론으로 한국사회의 성격을 규명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 을 발표, 1980년대 한국 지식사회의 깜짝 스타로 등장했던 이진경(47ㆍ서울산업대 교수)씨.

소련과 동구권이 몰락한 1990년대 이후 그의 관심은 탈근대의 시선으로 마르크스주의를 재해석하는 것으로 옮아갔다. 푸코, 들뢰즈 등의 탈근대 철학자들과 씨름하는 지적 연단 끝에 그가 선보인 연구방법론은 '외부에 의한 사유'였다. 예컨대 유물론을 '모든 것의 본질은 그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이씨는 <역사의 공간> 에서 그렇게 '외부성'이라는 프리즘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사유를 전개한다. 역사와 시간, 역사와 진보 등의 관계를 통찰한 입론적 성격의 글부터 대한매일신보와 독립신문 등 한국의 개화기 신문에 등장한 역사 개념의 분석, 한미 FTA를 비판한 시사적인 칼럼까지, 책의 구성은 비체계적이다. 그러나 외부성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작업은 단순한 이론적 시도가 아니라 삶과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실천적 행위라는 문제의식이 글 전체를 꿰뚫고 있다.

외부성이라는 이씨의 연구방법론이 역사와 만날 때 지배자, 다수, 보편의 이름으로 쓰여진 기존의 역사 서술은 그 근간부터 위협받는다. 그것은 터키인의 입장에서 유럽사를, 흑인의 시선으로 미국사를, 전태일과 광주의 눈으로 한국 현대사를 쓰는 일이다. 이씨에게 진정한 역사란 반(反)역사인 셈이다.

그에 따르면 역사 외부의 소수자, 타자들의 울퉁불퉁한 목소리를 담아내 단일하고 매끈하게 쓰여진 주류의 역사를 균열 내는 일은 현실 변혁의 동력이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소수자들의 돌발이 역사화되고 다수적 역사에 편입될 때 그 사건의 반역사적 본성이 소멸된다는 역설을 어떻게 극복할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예컨대 지배권력에 의해 그 기억이 억압됐던 광주항쟁은 1980년대 역사 외부의 사건이었지만 동시에 민주화를 추동한 동력이었다. 그러나 이후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주고 망월동이 '국립' 묘지가 되면서 광주항쟁은 역사 안에 '갇히게' 됐고 항쟁의 다양한 의미들은 박탈당하고 순치됐다는 것이다. 이씨는 현재 일본 도쿄 히토츠바시대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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