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액정화면(LCD) TV, 휴대폰 등 정보기술(IT)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달리는'IT 코리아'가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국내 대표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은 사상 최대로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문제는 미래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 스마트폰, 스마트북 등이 향후 미래 IT분야를 좌우할 신기술로 떠오르고 있으나, 우리는 준비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노키아, 모토로라 등이 29일 발표한 실적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지난해 실적은 해외 법인 포함 매출 136조2,900억원, 영업이익 10조9,2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4분기 실적은 매출 39조2,400억원, 영업이익 3조7,000억원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노키아, 모토로라, 애플 등 외국 업체들의 공세가 만만찮다. 이날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세계 1위 휴대폰 업체 노키아는 휴대폰과 서비스 부문 영업이익률이 15.4%로 전년 동기의 12.1%보다 올라갔다. 특히 스마트폰의 4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은 40%로, 전년 동기(31%)보다 향상됐다. 아이폰의 애플도 17%를 넘어선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5% 미만이다.
모토로라도 선전했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휴대폰 부문의 적자가 지난해 1분기 5억900만달러에서 4분기 1억3,200만달러로 대폭 줄었다. 임성연 모토로라코리아 차장은 "스마트폰 위주로 제조기반을 단일화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아이폰'과 스마트북 '아이패드'로 국내 IT업계를 위협하는 애플도 지난해 4분기에 870만대의 아이폰을 팔아 33억8,000만달러의 순이익을 남겼다. 전년 동기 대비 50% 급증한 수치다.
따라서 한국이 IT 강국의 위상을 지키려면 스마트폰과 스마트북 등 미래 신기술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혁신성 부족이 수익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도 지난 10일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전시회 CES 2010을 둘러본 뒤 삼성의 미래 사업 준비에 대해 "턱도 없다. 잘못하면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지금까지 해외 선두기업들을 따라가는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역량에 맞춰 틈새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창업 당시부터 스마트폰에 집중한 대만 HTC처럼 선도 제품과 선도 기술에 대한 장기적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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