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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하는 경제기사 따라잡기] 국가브랜드는 무엇을 말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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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하는 경제기사 따라잡기] 국가브랜드는 무엇을 말하나요?

입력
2010.01.3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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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지금까지 국가브랜드는 개별 소비자들의 의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영국의 이 분야 전문가인 사이먼 안홀트는 국가브랜드를 "세계 각국의 개별 소비자들이 특정 국가의 비전에 주목하도록 할 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제품 및 서비스 등에 대한 품질을 신뢰하게 하는 대표적 소프트파워"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가브랜드위원회(용어해설 참조)도 "국가에 대한 호감도, 신뢰도 등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최근에는 국력의 전통적 요소인 군사력, 경제력(하드파워)보다, 국가의 품격, 이미지(소프트파워)가 국가브랜드에 더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정의를 내렸습니다.

이같은 정의로 보면 국가브랜드는 매우 추상적이고 난해한 개념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국가별로 국가브랜드에 관한 슬로건도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이웃나라 일본은 '신일본 양식'(Neo Japanesque),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보다 훌륭한 쉼터'(A Better Place to Be), 프랑스는 '새로운 프랑스'(New France) 등이 그것입니다. 한국도 2002년 월드컵을 맞이하여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를 주창한 적이 있지요.

국가브랜드는 측정이 가능한가요?

국가브랜드는 측정 기관마다 평가 항목이 다르고, 따라서 그 결과도 매우 상이합니다. 대표적인 국가브랜드 평가 업체로 꼽히는 안홀트-GMI는 정부 통치력, 국민성, 수출, 문화ㆍ유적, 관광ㆍ여행, 이민ㆍ투자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브랜드를 평가하는 반면, 퓨처브랜드는 안전성과 신뢰성, 친절함 등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산업정책연구원에서 국가브랜드 전략, 심리적 친근도, 제품ㆍ서비스 수출액, 관광 수입 등을 고려해 '국가경쟁력지수'라는 이름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국가브랜드는 어떤 방법으로든 측정은 가능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어느 정도 인가요?

얼마 전 안홀트-GMI가 국가브랜드 지수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50개국 가운데 31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8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5위, 교역 규모 세계 10위인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제 위상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하겠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200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의 국가브랜드 자산 가치를 평가한 적이 있습니다. 이 평가에서 한국의 국가브랜드 자산 가치는 2006년 기준으로 5,043억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본(3조2,259억달러), 미국(13조95억달러)에 크게 뒤지는 것입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브랜드 자산 가치 비중은 60% 수준으로 선진국들과는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고 국가브랜드 순위도 30위권에 머무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가 취약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이처럼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취약하게 나타난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국가브랜드위원회 등 주관 부서의 기능이 아직 활발하지 못하고, 신문이나 방송 등 대중매체를 활용한 해외 홍보도 상당히 부진한 점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한류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반(反)한류, 혐(嫌)한류 등이 나타나고 있고, 다양한 국내 문화상품들의 세계화가 신속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기업 측면에서는 삼성전자가 한국 회사임을 모르는 외국인들도 많을뿐더러, 국제 행사 개최 시 기업과 정부의 연계를 통한 국가브랜드 제고 전략이 미흡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관광분야에서는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관광산업이 사치성 소비산업으로 전환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점, 국제행사 유치나 세계적인 국내 발 국제행사 부재 등이 국가브랜드 가치를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민정책 부문에서는 단순 인력의 국적취득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고급두뇌에 대한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점도 국가브랜드를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마지막으로 종종 '어글리 코리언'으로 폄하될 정도로 국민 개개인에 대한 품격 교육 및 관리가 미흡한 점이 큽니다. 2007년 세계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해외여행 시 미성년 성매매뿐 아니라 명품 싹쓸이 등의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해외에서의 불법행위와 추태 등을 보인 일부 국민에 대한 강력한 규제 조치 도입은 지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우선 정부 각 부처에 산재된 홍보기능을 통합ㆍ정비하고 체계적인 국가마케팅을 통해 국제회의나 이벤트를 유치하는 등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대외 홍보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적인 국가 마케팅을 위한 전문성 확보, 국가브랜드 슬로건 통합 등의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추진해야 합니다. 또 삼성전자, LG, 현대자동차 등의 글로벌 기업들을 활용함으로써 국가인지도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히트 상품에 태극기를 표시하는 방안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정부개발원조(ODAㆍ용어해설 참조) 등 경제규모에 걸맞는 대외협력전략을 마련하고 국제기구 진출을 확대하는 등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지구촌의 안녕과 번영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범국민 캠페인 실시 등을 통해 '어글리 코리언'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실제로 일본은 동경올림픽을 맞아 1963년부터 '작은 친절 운동'을 전개했는데, 이를 통해 '친절한 나라 일본'의 이미지를 세계 각국에 정착시켰습니다.

한류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정책 노력을 강화해 우리의 문화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 각지의 문화상품 발굴 등을 통해 한류 상품화를 촉진시키고, 지역 특성, 문화, 상품 등을 연계시킨 세계적인 축제 육성 등의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적재산 관리 강화, 혈통을 중시하는 관행과 폐쇄주의적인 이민법 등의 개선도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 풀어읽는 키워드

● 국가브랜드위원회: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국가브랜드 제고 전략을 세우기 위해 2009년 1월22일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설립됐습니다. 국가브랜드 정책과 관련, 범 정부적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합니다. 또 관련 정책 사업의 효율적 집행을 지원하며 민간협력 및 국민의 참여를 확대시키고 강화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공개발원조·공적개발원조라고 불립니다. 증여·차관·배상·기술원조 등 정부 차원에서 저개발국을 지원하는 모든 사업을 포함합니다. ODA는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복지향상에 기여해야 하며, 피원조국이 부담되지 않도록 자금 공여액 가운데 일부분은 무상으로 지원하는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2009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했는데, ODA를 받는 국가가 ODA를 주는 국가로 성장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입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국가브랜드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례

한 국가에 대한 이미지는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므로 단기간에 크게 바뀌지 않는 게 보통입니다.

우리나라가 빠른 시간 동안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했지만 국가브랜드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가브랜드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사례도 없지 않습니다.

대표 사례가 미국입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안홀트-GMI가 발표한 국가브랜드지수(NBI)에서 1위를 차지해 2008년 7위에서 6계단이나 뛰어 올랐습니다.

한달 후 퓨처브랜드가 발표한 국가브랜드지수(CBI)에서도 미국은 전년도 3위에서 1위로 올라섰습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평가에 걸맞지 않게 유럽국가들에 항상 밀렸던 미국의 순위가 급격히 오른 것은 '오바마 효과' 때문이었다는 게 이들 기관의 공통적 지적입니다.

부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이라크전을 일으키고 독선적 외교 행태로 국가 이미지가 나빠졌지만, 미국인들이 젊고 변화를 추구하는 흑인 대통령을 선출하자 국가이미지가 급격히 개선된 것입니다.

일본도 비교적 최근에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상승한 경우에 속합니다. 안홀트-GMI의 순위에서 2005년 일본은 14위였지만 2007년에 9위, 2008년에 5위까지 뛰어올랐고, 지난해는 5위를 유지했습니다.

1980~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은 경제규모만 큰 '산업 대국'으로 생각됐지만 2000년대 들어와서는 점차 개성 있는 전통문화를 지닌 '문화 대국'의 이미지로 바뀌었습니다. 이같은 긍정적 이미지는 처음에는 애니메이션 등 자국 문화상품으로 전파됐지만 나중에는 할리우드 영화에도 반영되어 전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국가 이미지가 바뀐 데는 2005년 일본 정부가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주창한 '신일본양식'(Japanesque Modern) 운동의 영향이 컸습니다. 신일본양식이란 일본의 전통문화가 갖는 매력에 첨단 기술 등을 결합시켜 일본이라는 국가브랜드를 현대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본 정부는 2005년 이후 3년간 8개 캠페인과 28개 행동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신일본양식 100선'을 지정했습니다.

스페인도 국가브랜드 관리 모범국으로 분류됩니다. 독재자 프랑코와 내전 등으로 크게 추락한 국가 이미지를 수십 년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세계 10위로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계기로 '관광'과 '문화' 강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심었습니다.

당시 올림픽 포스터는 유명한 초현실주의 화가 후안 미로가 맡았고, 테마송은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불렀습니다. 투우와 축구, 플라멩코를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적극 육성했고, 이방인에게 친절한 국민성을 적극 홍보해 관광객에게 가장 친절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습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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