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현대ㆍ기아차의 행보에 또 다른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도요타가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리콜(제조사 결함에 따른 무상수리)을 결정하면서 이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이 현대ㆍ기아차로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수혜자 등극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 회사 인터브랜드의 제즈 프램턴 최고경영자(CE0)는 이번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현대ㆍ기아차를 지목했다. 그는 "일본의 경쟁사를 목표로 삼았던 한국의 삼성, LG가 그랬듯이 빠르게 변화하고 약동하는 현대차의 브랜드 순위가 아주 빠른 속도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9월 이 회사가 발표한 브랜드 순위에서 현대차는 3단계 상승한 69위를, 도요타는 8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현대차의 판매뿐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도요타의 리콜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현대ㆍ기아차는 다음달 쏘나타를 필두로 투싼ix 등 줄줄이 신차를 미국 시장에 내놓고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기 때문이다.
도요타 리콜 사태 확산
이런 가운데 가속페달과 관련된 도요타의 리콜 사태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가속페달이 바닥 매트에 걸리는 결함이 발견돼 426만대 리콜을 결정한 것이 시발점. 지난 26일 같은 이유로 미국에서 230만대를 리콜하고, 대상 8개 모델의 판매와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28일에는 유럽과 중국에서도 가속페달에 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 업계에서는 그 규모가 2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일본 언론들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서만 리콜 규모가 800만대, 세계적으로 1,000만대가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우리나라에 상륙해 선풍을 일으켰던 캠리와 라브4에 대해서도 국토해양부가 성능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그동안 도요타는 국내 수입차와 미국 리콜 대상 차량과는 다르다고 해명해 왔으나,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점검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 국토부측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은 다른 나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경영능력, 제품 신뢰 금가... 글로벌 전략 차질도 예상
이번 사태는 도요타 경영 능력 불신으로 이어져 말 그대로 도요타가 총체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도요타는 치솟는 엔고와 글로벌 수요감소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자 지난해 6월 도요다 가문의 4대손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ㆍ54)를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 도요타 아키오는 취임하자 마자 대규모 감산, 감원과 북미 공장 폐쇄라는 의욕적인 처방을 내렸지만 이번 대규모 리콜 사태로 경영 능력을 의심받게 됐다. 회사 구성원들 사이에서조차 예전의 도요타가 아니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회사가 캠리와 코롤라의 전복 위험성을 은폐하고 있다는 내부 투서까지 등장, 도요타의 '안전과 무고장'신화를 스스로 의심하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브라질, 인도 등 글로벌 투자 전략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요타의 신뢰가 흔들리자 경쟁업체는 즉각 고객 빼오기에 나서고 있다. GM은 도요타 차량을 가진 사람이 자사 차량을 구입시 최대 1,000달러를 할인해 주거나 60개월 무이자로 구매가 가능한 판촉에 들어 갔다. 현대ㆍ기아차도 중형과 소형,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생산 차종이 겹쳐 갈아타기에 나서는 고객 잡기에 나섰다. 때맞춰 2월부터 캠리를 겨냥한 쏘나타를 필두로, 투싼ix 등 신차를 줄줄이 미국에 출시할 계획이어서 현대ㆍ기아차의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내부 자금만 12조3,000억엔(약 185조원) 이상 확보하고 있는 도요타의 저력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 교수는 "도요타의 리콜 사태가 현대ㆍ기아차에게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현대ㆍ기아차가 특별한 마케팅을 펼치기 보다는 중국, 브라질 등에 대한 투자 등 장기 계획을 차질없이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 기아차 영업익 1조1400억 사상 최대
기아차가 지난해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기아차는 29일 국내외에서 153만4,000여대를 판매, 매출액 18조4,157억원(전년대비 12.4%증가), 영업이익 1조1,445억(전년대비 270%증가) 등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당기 순이익은 1조4,50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인 2003년 7,694억원을 2배 가까이 뛰어 넘었다.
이로서 28일 발표한 현대차의 실적을 감안할 경우,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영업이익 3조3,795억원을 기록, 영업이익에서 최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폴크스바겐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모비스도 현대ㆍ기아차의 선전으로 핵심부품 공급이 늘어 매출액 10조6,330억원, 영업이익 1조4,223억원, 당기순이익 1조6,15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신형 쏘나타와 쏘렌토R 등을 미국 시장에 내놓는 등 마케팅을 강화, 현대차 346만대, 기아차 194만대 등 540만대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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