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듀드니 지음ㆍ진우기 옮김/예원미디어 발행ㆍ376쪽ㆍ2만원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시인이 '시간'에 윤기 나는 색을 입혔다. 절대적 물리량으로 우주에 편재한 섭리, 그러나 아무도 명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시간을 촉촉한 에세이의 언어로 감쌌다. 문장이 윤슬처럼 빛난다. 차가운 밤, 마당에 내려 앉은 올빼미와의 짧은 만남을 "시간의 특별한 순간 속에 고정시키고 싶었다"고 얘기하는 책의 첫머리는 한 폭의 선화(禪畵) 같다.
느꺼운 감상만으로 400쪽에 가까운 페이지를 칠하지는 않았다. 그리스 신화와 발터 벤야민의 이론,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언술을 시간에 대한 일종의 '관념 실험'의 플라스크로 사용한다. 그런데 그게 좀 과할 때도 있다. 지은이의 유식에 초대해주는 건 고마운데, 간간이 숨차고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이를테면 아인슈타인을 끌어들이는 부분, 저자가 이론물리학의 기초를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쩍다.
그러나 하나의 주제를 현란하고 미려하게 변주하는 재주는 저자의 출세작 <밤으로의 여행> (2008)을 통해 이미 유명하다. 그 매혹적인 솜씨를 들여다보자. "봄의 충격은 하루 25킬로미터씩 북상한다. 그 속도는 대략 시속 1킬로미터가 넘는다. 그러니까 그저 걷기만 해도 쉽사리 봄을 앞지를 수 있는 것이며… 이 운동이 3월 21일 이후에는 가속화되어 북반구는 마치 해변에 앉아 있는 태양숭배자처럼 태양을 향해 기울어진다."(73쪽) 밤으로의>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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