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동안 지구촌 남반구에 뜨겁게 몰아쳤던 '중국발(發) 대륙풍'이 소멸됐다. 준결승까지 태풍의 눈으로 급팽창하던 중풍(中風)의 위력이 비록 결승문턱을 활짝 열어젖히진 못했지만 '황색 경보발령'을 일으키기엔 충분했다.
중국의 리나(李娜ㆍ17위) 와 정지에(鄭潔ㆍ35위)가 28일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여자단식 4강전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다. 멜버른 파크내 로드 레이버 아레나 주 경기장 안팎에서 중국팬들이 오성홍기를 흔들며 열렬히 응원을 보냈으나 역부족을 실감했다. 이로써 아시아 여자선수의 첫 그랜드슬램 대회 결승진출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리나의 파이팅이 돋보였으나 막판 뒷심부족으로 아쉬움이 진하게 남은 한 판이었다. 리나는 이날 디펜딩 챔피언 서리나 윌리엄스(1위ㆍ미국)를 상대로 1,2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 접전을 펼치며 분투했으나 0-2(6-7 6-7)로 주저앉았다. 리나와 서리나는 서브게임을 뺏고, 빼앗기는 난타전속에 1세트 58분, 2세트 64분 등 2시간 2분 동안 공을 주고 받았다. 그러나 서브 에이스 12-1이 말해주듯 승부를 결정짓는 순간마다 서리나의 강력한 서브가 리나의 코트에 내리 꽂히면서 경기도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8강에서 언니 비너스(6위)를 꺾고 올라온 리나를 상대로 설욕전을 펼친 서리나는 대회 2연패와 함께 12번째 그랜드슬램 정상 등극을 눈앞에 뒀다. 2003년부터 홀수 해마다 이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서리나가 챔피언에 오르면 통산 다섯 차례 호주오픈을 석권하게 된다.
리나는 결승에 오르지 못했지만 중국선수론 처음으로 세계랭킹 10위로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리나는 경기 후 "올해 목표가 랭킹 10위내 진입이었는데 벌써 해냈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이에 반해 정지에는 '돌아온 여제' 쥐스틴 에넹(벨기에)을 맞아 제 실력을 미처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어이없이 무너졌다. 정지에는 불과 51분만에 에넹에게 0-2(1-6 0-6)로 완패했다. 이는 역대 호주오픈 최단시간 경기종료로 기록됐다. 에넹은 서브에이스 5-0, 공격 성공에 의한 포인트 23-3, 토털 포인트 54-24 등 정지에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낙승을 거뒀다.
그러나 정지에는 시드 배정(상위랭커 16명이 초반에 맞붙지 않도록 짜는 대진표)도 받지 못한 채 이번 대회에 참가, 4강까지 승승장구하며 황색돌풍을 이끌었다.
한편 30일 결승에서 만날 서리나와 에넹의 역대전적은 7-6으로 호각지세다. 그러나 이들은 공교롭게도 그랜드슬램대회 결승에선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2004년 호주오픈 타이틀을 거머쥔 에넹은 2006년에도 결승에 올랐지만 복통을 호소하며 기권, 아밀리 모레스모(프랑스)에게 우승컵을 헌납한 쓰라린 기억이 있다. 그랜드슬램대회만 각각 11차례, 7차례 석권했던 서리나와 에넹. 전ㆍ현직 랭킹 1위의 대결에 전세계 테니스 팬들의 눈과 귀가 멜버른 파크로 집중되고 있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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