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스위스 다보스에서 막을 올린 제 40차 세계경제포럼(WEF)이 첫 날부터 금융개혁을 둘러싼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고 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적폐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나타났고, 그것이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와 표준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이 포럼에서 '서울 G20 정상회의, 주요 과제와 도전'이라는 제목의 특별연설을 통해 글로벌 금융안정망(GFSN)을 제안하고, 중국 등 신흥국의 목소리가 부쩍 커진 것은 뜻 깊다.
불혹의 나이를 맞는 올해 WEF, 즉 '다보스 포럼'은 '더 나은 세계 건설: 다시 생각하고 다시 디자인하고 다시 건설하라'를 주제로 내걸었다. WEF 창시자이자 의장인 클라우스 스왑은 "지난해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는 세계가 '기회의 세계화'를 넘어 '문제의 세계화'임을 보여주었다"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시스템과 제도를 재건해야 한다"고 주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금융개혁 논란도 따지고 보면 이같은 가치관 재정립의 연장선 위에 있고, 그 핵심은 사회적 책임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 글로벌 불평등의 해소라는 3개 축이다. 21세기 10년을 거치며 한계를 드러낸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금융 및 무역 분야에서 새로운 글로벌 틀을 만들어낼 것을 요구한다. 그런 만큼 이 대통령이 세계 경제의 재균형,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구의 지배구조 개혁, 대형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 강화 등 GFSN 강화를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올해 다보스 포럼이 더욱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다보스를 점령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개도국의 발언권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한때 서방 유명인들의 '사교 말잔치'로 평가절하됐던 다보스 포럼의 올해 풍경과 의제는 분명 예전과 다르다. 그것이 더 나은 세계를 지향하는 것이지, 단순히 헤게모니의 변화를 뜻하는 것인지는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우리의 눈은 세계적 의제를 향해 늘 열려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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