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을 인정하지 않는 까칠한 목소리로 법조계의 부후(腐朽)를 까발려 온 김두식(43ㆍ사진) 경북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교회 속의 세상, 세상 교회> (홍성사 발행)를 펴냈다. 이번에도 그는 일종의 ‘내부고발자’다. <헌법의 풍경> (2004), <불멸의 신성가족> (2009)을 쓸 때의 그가 아웃사이더 변호사였다면, 이번 책에서는 결코 고분고분하지 않는 기독교 평신도다. 불멸의> 헌법의> 교회>
평생 기독교인으로 살아왔다는 저자는 서문에 “쓰고 싶어 쓴 책이 아니”라고,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고 썼다. 교회 탓에 생겨나는 한국 사회의 슬픔과 절망에 대한 책이기 때문이다. 제목에 이런 김 교수의 심정이 집약돼 있다. 그는 오늘의 한국 기독교가 ‘세상 속의 교회’가 아니라 ‘교회 속의 세상’으로 외부를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 교수는 “한국 교회는 성경에서 가르치는 ‘교회다운 교회’가 되기를 너무 일찍 포기해 버렸다”고 갈파한다. 성경이 ‘낮아짐’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한국 교회는 철저히 ‘높아짐’을 추구하고, 심지어 ‘낮아지기 위해서는 먼저 높아질 필요가 있다’는 해괴한 논리가 복음처럼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세속의 상향성 논리에 매몰된 교회의 기형화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 조목조목 비판한다.
이 책은 그러나 비판으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다. 김 교수는 “기쁨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슬픔의 근원”이 돼 버린 교회의 현실을 헤집는 이유를 “예수의 뜻을 담은 교회를 만들고 싶은 희망”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철저히 평신도의 입장에서, 건강한 교회를 향한 바람과 경험을 스스로의 표현으로 “기도하며 기다리는 마음”으로 적고 있다.
도발적 비평서일 뿐 아니라 인문 교양서로도 읽을 만하다.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시작해 4세기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기독교 공인, 16세기 들어 기독교의 대륙이 된 유럽 교회의 모습, 역사 속에 기록된 여러 실험적 교회의 형태까지 짚으며 교회다운 교회의 대안을 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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