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뇌물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변호인단은 28일 곽씨의 진술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는 등 검찰과 본격적인 법리공방에 들어갔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한양석)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한 전 총리 측 백승헌 변호사는 검찰이 보관 중인 곽씨의 증권거래법위반 무혐의 처분 내사기록, 비자금 수사기록 등에 대한 문서송부 촉탁신청을 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곽씨가 자신의 다른 죄를 무마하기 위해 한 전 총리 비리를 진술했다는 이른바 '빅딜 의혹'(한국일보 15일자 10면)을 법정에서 본격 제기하겠다는 전략이다.
백 변호사는 "곽씨의 수사기록이 (뇌물공여) 진술을 부인하는 걸로 시작된다"며 "증거의 신빙성을 살피기 위해선 해당 기록들이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권거래법 의혹 내사기록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고 사생활과 관련돼 있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빅딜 의혹을 재차 부인한 검찰은 "곽씨가 먼저 '진술을 믿어달라'며 정치인 관련 진술을 했다"면서 "진술을 번복한 내용의 조서는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묵비권을 행사해온 한 전 총리를 증인 심문에 앞서 심문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 한 전 총리가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 쟁점을 무려 25가지로 나눠 유죄를 입증한다는 방침이어서 재판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또 다른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에 맞서 한 전 총리 측은 5만 달러 전달 장소로 특정된 2006년 12월 총리공관 오찬자리에 동석한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및 공관 경호담당자 등 7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오찬 자리에 합석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제외됐다.
이날 법정에 한 전 총리는 출석하지 않았으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변호인 자격으로 나와 관심을 모았다. 강 전 장관은 "이제까지 (이번 사건이) 너무 정치 공방처럼 흘러버렸다"면서 "법정에서 변론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2월 법관인사를 감안해 2월26일 다시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사건 쟁점을 정리할 예정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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