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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학 진학률 84%'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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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학 진학률 84%'가 문제다

입력
2010.01.2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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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상한제가 1학기부터 시행된다. 다행이라고 여기는 보도가 많았다. 그러나 새 제도의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상률을 조금 낮추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그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하는 제도는 아니다. 인상 상한선도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150%나 높은 선에서 설정되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등록금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지만, 그것은 사실 여러 다른 문제들의 변수일 뿐이다. 따라서 이것들을 다루지 않는 한 제한된 범위에서만 조정될 것이다.

등록금 상한제는 미봉책

예를 들어 정치적 이념을 보자. 보수 쪽에서는 대학교육이 능력에 따른 효율만 보장해준다면 등록금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여긴다. 이명박 대통령은 상한제 법안이 통과되기 직전에 그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인상률이 150%선에서 결정된 것도 보수 쪽의 이런 기류를 반영했을 것이다.

거꾸로 진보 쪽에서는 무조건 등록금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국립대 무상교육'은 그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진보 세력의 힘이 세지면 국립대 등록금을 무상까지는 몰라도 아주 낮추는 방안이 정책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국 대학 다수가 사립대인 상황에서 국립대 등록금은 작은 문제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장애물은 다수의 사립대뿐인가? 더 큰 장애물이 있고 여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대학 진학률이다. 대학 진학률은 1990년 33%에서 현재 84%로 급격히 높아졌다.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다. 어느 시점까지는 높은 진학률이 성장과 민주화에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 후에는 오히려 해롭게 작용한 듯하다. 더욱이 재학 중 학사경고로 탈락하는 비율이 매우 낮아 졸업률도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을 전체적으로 낮출 비법이 존재할까? 이 점에서 솔직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비법은 없을 것이다. 대학재정을 지속적으로 늘리려면, 지속적으로 세금 부담률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보수 정당들은 조세부담률을 높일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진보 정당들은 실력이 없어서 그 일을 할 수 없다.

지금처럼 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교육은 근대적 대량생산 체제에 근거하며, 구시대적이다. 대학에 진학한 다수의 학생들은 비슷한 지식을 비슷하게 획득하는데 그 방식이 얼마나 창의성과 거리가 먼지! 이런 교육을 받은 졸업생들이 로스쿨이나 공무원 등의 직업을 선호하는 한심한 경향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다수가 높은 학비를 사적으로 지출하며 좋은 대학에 가려는 상황에서, 개인들은 자신들의 안전과 생존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보수적인 삶의 방식 사이에 꽉 낀다. 머리로는 진보일지라도, 몸은 보수적으로 놀 것이다.

또 대졸자가 절대 다수이고 그들의 취업문제가 심각한 사회에서, 고졸 이하의 취업문제가 부각되지 못하는 것도 필연적이다. 사실은 이들의 취업난이 더 심각한데도 말이다. 등록금 문제와 더불어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가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삶의 방식을 키워야 한다. 물론 말로만 될 일이 아니다. 실업고 진학률을 높이고, 고졸과 대졸자 사이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정책을 펼칠 때에만 가능하다.

'대졸자 주류사회' 벗어나야

성장을 원하는 사람뿐 아니라 개혁과 진보를 원하는 사람들도 이제까지는 '대졸자 주류 사회'를 전제했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없으면서! 그런 사회는 그들에게도 해롭다. 주류의 삶을 원하는 다수의 대졸자들은 과잉 소비사회에서 보수화하기 십상이다.

이제는 오히려 높은 대학 진학률과 졸업률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물론 높은 대학 진학률을 비판하는 사람들 중에는 생태주의자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처럼 경쟁을 금기로 삼을 필요는 없을 터이다. 다수가 모방경쟁을 하는 대신 필요한 사람들만 제한적으로 하면 된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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