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으로 대기업 창업자 조상묘를 파헤쳐 유골을 훔친 뒤 돌려주는 조건으로 거액을 요구해온 엽기적인 도굴범이 이번에는 경북 포항에서 태광그룹 조상묘를 손댔다가 이틀 만에 붙잡혔다.
경북경찰청은 태광그룹 창업자인 고 이임용 전회장의 묘지를 도굴해 유골을 훔친 혐의(분묘발굴 및 공갈 등)로 정모(48ㆍ대전 대덕구)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26일 오후 7시 경북 포항시 청하면 서정리 이 전회장의 묘지를 파헤쳐 두개골을 훔친 뒤 27일 오전 그룹본사에 전화해 유골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10억원을 요구했다.
정씨는 이후에도 수시로 돈을 요구했으나 용건만 말한 뒤 곧바로 끊는 수법으로 위치추적을 피해오다 28일 오후 대전에서 경찰과 격투 끝에 붙잡혔다.
경찰은 1999년과 2004년 울산 울주군과 충남 공주에서 발생한 대기업 창업자 조상묘 도굴범과 수법이 유사한데다, 묘지에서 80여m 떨어진 곳의 방범용CCTV에 찍힌 렌터카를 정씨가 빌린 것을 확인하고 추적해 왔다.
경찰은 정씨가 단독범행임을 주장하지만 정씨가 숨겼다는 장소에 유골이 없는 등 수사에 혼선을 주려 하는데다, 이전 사건의 예로 보아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추궁하고 있다.
정씨는 1999년 3월 공범 한 명과 함께 울산 울주군 언양읍 롯데 신격호회장 선친묘를 도굴한 뒤 8억원을 요구하다 붙잡혀 5년형을 선고 받고 2003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출소했다. 또 2004년 10월에는 공범 3명과 함께 충남 공주시 한화 김승연회장 조부모 묘를 도굴, 금품을 요구하려다가 붙잡혀 역시 5년형을 선고 받고 지난해 11월 만기 출소했다. 한화 때도 금품을 요구하려고 그룹 회장비서실에 전화했으나 김 회장이 자리에 없어 금품을 요구하지 못했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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