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도심 지하공간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내달부터 타당성 조사를 한다고 발표했다. 시청-숭례문-회현동-을지로입구를 2014년까지'마름모꼴 지하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인데, 총연장 2,739 m에 면적은 시청앞 서울광장의 3배인 4만5,443㎡ 규모다. 중간중간 문화ㆍ휴식공간도 조성한다고 하니 서울 한복판에 소규모 '지하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도심의 토막토막 끊어진 지하도와 지하상가는 시민들 통행에 불편을 주고, 지하상가의 활력을 빼앗아 업주들의 생존권을 위협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를 새로 디자인하면서 시민들의 보행권과 건강권 을 위해 횡단보도를 많이 만들어 지하도와 지하상가가 그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가 도심의 지하공간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구축해 효용성을 증대시키겠다는 발상은 이해할 만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오 시장이 지난달 발표한 '지하도시 건설'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궁금하다. 오 시장은 캐나다 몬트리올시를 예로 들어 2020년까지 '종합적인 지하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8월에 도심 시범지역 2곳을 선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하공간 곳곳에 새로 조성키로 한 문화ㆍ휴식공간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시청 지하도 곳곳에 갤러리를 설치해 놓았으나 시민들의 호응이 높지 않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개선책은 언급이 없다. 더욱이 2007년에 서울광장에 지하광장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경제성과 교통문제 등을 이유로 유야무야했는데, 이번에 발표한 지하공간 네트워크에선 이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1년 동안 타당성 조사를 하는 밑그림이라고 하지만 서울시의 대규모 도심개발 발표는 그 파장이 몹시 크다. 이해 당사자들 간의 조정과 타협도 필요하며, 효율성과 보행ㆍ건강권과의 조화나 환경문제 해결도 중요하다. 혹 6월의 지방선거를 의식했다거나, 서울시와 심한 알력을 빚고 있는 지하상가 주민들을 다독이기 위한 '발표를 위한 발표'라면 역효과만 낳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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