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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兆 불법 동영상 시장 양지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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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兆 불법 동영상 시장 양지로 나온다

입력
2010.01.2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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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원 K씨. 요즘 재미있다고 소문난 드라마 동영상 파일을 웹하드 사이트에서 100원을 내고 전송받았다. 그런데, 며칠 후 경찰에서 저작권 침해 관련 조사를 위해 출두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불법 동영상을 전송받았기 때문이란다.

엄연히 100원을 내고 전송받았는데 불법이라니? 억울하지만 맞다. 웹하드가 저작권자인 방송사업자와 정식 유통 계약을 맺지 않은 동영상 파일을 돈받고 판매한 것을 몰랐던 K씨는 졸지에 저작권을 침해한 범법자가 됐다.

지금까지 웹하드와 개인 대 개인(P2P) 파일 전송 서비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던 일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같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웹하드 및 P2P 사이트에 DNA 필터링 시스템 도입

업계에서 1조원대로 추정하는 어둠의 불법 동영상 시장이 양지로 전환해 합법화 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웹하드 및 P2P 사이트들과 합법적인 콘텐츠 유통 계약을 맺고 다음달 1일부터 웹하드 및 P2P 사이트에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 등 방송 콘텐츠를 유료 제공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방송사들은 웹하드, P2P 사이트들을 불법 콘텐츠 온상지로 보고 정식 콘텐츠 공급보다는 단속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다음달부터는 모든 것이 바뀐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각 사가 인정한 'DNA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한 웹하드와 P2P 업체에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DNA 필터링 시스템이란 동영상의 디지털 신호를 분석해 저작권 침해 여부를 기계적으로 가려내는 장치다.

따라서 DNA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면 불법 동영상은 자동 삭제되며 저작권자가 인정한 동영상만 남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저작권 침해 여부를 걱정할 필요 없이 편리하게 전송 받을 수 있다. 이미 MBC는 지난해 12월부터 엔써즈, 유레카, 위디랩 등 3사의 DNA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한 웹하드와 P2P 사이트에 동영상을 제공하고 과금 수익을 나누기로 했다. KBS와 SBS도 다음달 1일부터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KBS와 SBS는 지난 14일에 자회사인 KBS인터넷과 SBS콘텐츠허브가 공동 참여하는 방송콘텐츠유통포럼을 발족했다. SBS콘텐츠허브 관계자는 "그동안 문제가 됐던 불법 동영상 시장이 모두 양성화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됐다"며 "웹하드를 공식 시장으로 인정하면서 더 이상 이용자들이 멋모르고 불법 동영상을 전송받았다가 범법자가 되는 일이 사라졌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1편당 500~700원 과금, 복사 및 재생횟수 제한 없어

대신 웹하드와 P2P에서 제공하는 방송 동영상 파일의 가격이 올라갈 전망이다. 지금은 100원 미만에 제공하는 곳이 많지만 다음달부터는 파일 1편당 드라마의 경우 700원, 예능 프로그램은 500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한 번 전송받으면 컴퓨터(PC), 스마트폰, 개인 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기(PMP) 등 다양한 기기에 저장해 놓고 횟수 상관없이 감상할 수 있다.

또 깨끗한 영상이 제공된다. 기존 불법 동영상은 이용자들이 임의로 TV 화면을 녹화해 제공하다보니 가로로 흐르는 자막과 안내문 등이 그냥 노출됐으나, 앞으로 방송사들은 이를 제거한 고화질(HD)의 마스터 파일을 웹하드와 P2P업체에 제공할 계획이다.

반대로 '유저 릴'로 불리는 개인이 올리는 불법 동영상은 더 철저하게 차단된다. DNA 필터링 시스템이 방송사의 허락없이 임의로 녹화 화면 등을 편집해 올린 동영상을 걸러내 자동 삭제하기 때문. DNA 필터링 시스템업체인 엔써즈 관계자는 "DNA 필터링 시스템은 원본 영상을 변조해도 차단할 만큼 정교하다"며 "약 90개의 웹하드 및 P2P 업체들이 DNA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들은 다음달 한 달을 계도 기간으로 설정, 불법 동영상이 발견돼도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이 기간 동안 유료 전송을 적극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KBS인터넷 관계자는 "성과에 따라 제공 콘텐츠와 계약 대상 업체들을 확대할 수 있다"며 "디지털 음악파일처럼 동영상 파일 또한 유료 시장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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