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거침없는 부상을 일컬어 'G2시대가 개막됐다'고 부른다.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유일한 맞수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세계를 움직이는 두 개의 강력한 엔진' G2가 비단 정치, 경제용어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도약은 스포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올림픽에서는 오히려 미국을 능가하는 실력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골프와 테니스, 승마 등 이른바 '귀족 스포츠' 종목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테니스 여자단식에서 중국 선수 2명이 준결승에 동반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리나(李娜ㆍ17위)가 27일 열린 여자단식 8강전에서 언니 '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6위ㆍ미국)를 상대로 2-1(2-6 7-6 7-5) 역전드라마를 펼치며 4강에 합류했다. 전날에는 동료 정지에(鄭潔ㆍ35위)가 나디아 페트로바(19위ㆍ러시아)를 꺾고 한 발 앞서 준결승에 올랐었다. 비너스는 윔블던에서만 5차례, US오픈에서도 2차례 등 메이저대회에서만 7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2001년 이후 단 한번도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하는 호주오픈과의 모진 악연을 이어갔다.
리나의 출발은 매우 불안했다. 코너 좌우로 깊숙이 파고드는 비너스의 스트로크에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2세트에서 게임스코어 5-4로 뒤진 상황에서 상대의 실책을 틈타, 전세를 뒤집은 뒤 3세트 듀스 접전 끝에 대어를 낚았다.
이처럼 두 여걸이 잇따라 승전보를 날리자 중국 대륙이 들끓고 있다. 중국 중앙TV인 CCTV와 관영 신화통신 등 미디어매체들이 실시간으로 이들의 활약상을 속보로 전하고 있는 것. 리나는 "비너스를 꺾고 준결승에 오른 직후 친구들로부터 문자 메시지 20개를 받았다"며 "중국에서 테니스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리나는 비너스의 동생이자 지난 시즌 챔피언 서리나 윌리엄스와 결승티켓을 놓고 겨룬다.
한편 남자단식에서는 로저 페더러(1위ㆍ스위스)가 니콜라이 다비덴코(6위ㆍ러시아)를 3-1(2-6 6-3 6-0 7-5)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1세트를 따낸 뒤 2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3-1로 앞선 가운데 다비덴코가 자기 서비스게임을 내준 것이 뼈아팠다. 페더러는 이 고비에서 두 차례의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를 넘긴 뒤 페이스를 회복, 다비덴코를 거칠게 밀어붙여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다비덴코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세트스코어 1-2로 뒤진 4세트에서 다비덴코는 페더러와 한 게임씩 주고 받으며 게임 스코어 5-5를 만든 뒤 자신의 서비스게임에서 끈질긴 듀스 승부를 펼쳤지만 노련한 페더러의 경기 운영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페더러는 이로써 23회 연속 메이저대회 4강 진출의 대기록을 이어갔다. 다비덴코는 19번의 브레이크 포인트 찬스에서 5차례만 성공(26%)시킨 반면 페더러는 14번의 기회 중 8번을 성공(57%)시켰으며 서브에이스에서도 9-1로 상대를 압도했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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