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에서 의제설정의 주도권은 중국 등 개도국이 쥐게 될 것이다."
27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된 제40회 세계경제포럼(WEF)의 주인공은 중국 등 신흥시장 국가들이 될 것이라며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이 같이 전망했다. 기조연설을 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제외한 주요 서방국 대표들이 대거 불참하는 것과 달리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은 경제내각을 통째로 파견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신흥국, 역대 최대 대표단 파견
중국은 유력한 차기 총리후보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를 선두로 사상 최대인 54명의 대표단을 파견한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부총리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금융시스템 개혁에 관해 연설할 예정이다. 세계경제는 벌써부터 중국거시경제정책의 방향 등에 대해 언급할 리 부총리의 연설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 브라질 인도 중국 등 소위 브릭스(BRICs) 국가에서 파견한 대표단은 2005년의 두 배인 237명으로, 전체 참석자의 10%에 달한다.
그간 다보스에서 선진국의 지원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신흥국의 목소리가 커진 이유는 이번 경제 위기가 미국 유럽 등 서구 자본주의의 결함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IHT는 27일 "서구식 경제 모델이 공격받고 있는 와중에 (위기를 피하고 극복한) 신흥국들이 자유무역과 금융규제에 대한 논의를 이끌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흥국의 눈부신 경제성장도 이들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 주요20개국(G20) 중 주요7개국(G7)을 제외한 신흥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 24.3%에서 2008년 34.6%로 성장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배리 아이젠그린 교수는 "금융위기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신흥국가들이 경제 개혁에 대한 의견을 낼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포럼 첫날부터 금융규제로 격론
한편, 포럼 개막 첫 날부터 금융규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서방 정계 지도자들과 일부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 재발을 막고 은행산업의 건전성 회복을 위해 강도 높은 금융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반면 대형 은행의 경영자들은 "과도한 규제는 해법이 아니다"며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했다.
2008년 미 금융위기를 예측해 명성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날 첫 토론에서 "은행 규제에 관한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결국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지만, 그 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 뒤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민(朱民)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도 금융업계가 자기자본을 근거로 지나치게 높은 수익을 추구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독일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아커만 회장은 "정부가 시장을 과도하게 단속할 경우 모두 패자가 될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의 로버트 다이아몬드 행장은 "은행이 위축된다면 일자리와 경제, 특히 세계 무역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부정적"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의 피터 샌즈 회장은 "은행산업이 정부의 규제로 이미 크게 변화했다"고 주장했다. 제이콥 프렌켈 JP모건체이스 회장 역시 과도한 정부개입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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