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악재가 또다시 터졌다.
공급 과잉에 대한 시장의 경고를 무시한 채 연초부터 주요 건설업체들이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에 걸쳐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면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력이 취약한 일부 중견업체의 경우 심각한 경영난까지 우려되고 있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수도권 미분양률(1~3순위 접수 기준)은 30% 수준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글로벌 경기한파가 강타했던 지난해 초(10~15%대 수준)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유동성 확보 욕심에 업체들이 시장상황을 무시하고 분양에 나서면서 위험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미분양 제로' 건설업체로 명성을 얻은 호반건설의 경우 창사 이래 초유의 대규모 미분양을 경험하고 있다. 2010년에는 4개 단지에서 1,600가구 가량을 공급할 예정인데, 이미 분양에 들어간 2개 단지의 경우 평균 분양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5일 3순위 청약까지 마친 고양 삼송지구 '호반베르디움 2차'는 352가구 모집에 216명이 신청(분양률 39%)하는데 그쳤다. 또 26일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청주 성화2지구 '호반베르디움'도 836가구 모집에 신청가구가 64명에 그치며 92%인 772가구나 미달됐다. 수요층이 가장 두텁다는 전용 84㎡로만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수치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탄탄한 중견업체이기는 하지만, 주택공급에 필요한 금융기관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신규분양에서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호반건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 대형 건설사가 용인 중동에서 분양한 2,767가구짜리 아파트도 3순위 청약 결과 43%나 미달됐고, '분양 불패'지역으로 꼽혔던 남양주시에서도 올들어 선보인 '별내 하우스토리'가 일부 평형을 제외하고 3순위에서 미분양 사태를 빚었다.
또 경기지방공사가 지난달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청약을 받은 '자연앤힐스테이트'와 경기 화성 봉담읍 '봉담휴먼빌'도 청약률이 6% 수준에 그치는 등 미분양 사태가 확산되는 추세다.
문제는 향후 전망이 더욱 어둡다는 점. 그나마 1월에는 양도세 감면 혜택에 의존했으나, 이 혜택이 2월11일 종료되면 ▦입지가 나쁘거나 ▦공급물량이 많은 곳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업체 등을 중심으로 더욱 심각한 미달 사태가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마이너스 프리미엄(분양가보다 싼 시세)을 우려한 기존 청약자들의 계약 이탈도 잇따를 가능성이 높은데, 전문가들은 특히 고양 삼송지구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4월 분양될 보금자리 단지인 고양 원흥지구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중소ㆍ중견사들의 분양이 점차 외면을 받고 있다"며 "특히 양도세 감면 혜택도 60%에 불과하고, 전매금지가 7년(전용면적 85㎡ 이하)으로 길다는 단점도 수요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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