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세종시 수정 관련 법안들을 입법예고하면서 한나라당 내 친이계와 친박계가 또다시 충돌했다. 친이계는 세종시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친박계는 당내 분란만 가져올 것이라며 논의를 자제해야 한다고 맞섰다.
친박계 박종근 의원은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국론 분열, 지역별 민심 동요, 당내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입법예고를 통해 밀어붙일 필요가 있느냐"며 "국론을 좀 더 모으고 당정간 폭넓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친이계 안상수 원내대표는 "헤겔은 '역사는 정반합의 변증법적 논리로 발전한다'고 말했다"며 "정반합의 치열한 투쟁과 토론이라는 변증법적 논리에 따르면 훌륭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친이계 장광근 사무총장도 "입법예고는 법안 발의에 앞서 여론 수렴을 거치는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이며 시끄럽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며 "당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수정안을 논의하는 것은 집권여당의 책무"라고 친박계를 겨냥했다.
그러자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워낙 입장이 첨예하기 때문에 이를 공적 토론에 붙일 경우 같은 식구끼리 감정의 앙금만 남고 결론 없이 분란만 가져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계파간 설전이 격화되자 남경필 의원은 "수정안을 강제 당론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라며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 플러스 알파를 내세우면서 당내 토론과 소통을 안 하는 것도 민주 절차에 어긋난다"고 양 계파를 싸잡아 비판했다.
한편 정운찬 총리는 이날 대구ㆍ경북 지역 의원들을 총리공관으로 초청, 오찬 모임을 갖고 세종시 수정안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오찬에는 김태환 의원 등 경북지역 의원들이 대부분 참석했으나 박종근 의원을 제외한 대구 의원 11명은 불참했다. 대구 의원들의 다수는 친박계로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수정안을 비판하면서 국론 분열을 우려하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나서서 "정 총리가 의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업무에 참고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분위기를 수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다음 달에도 비례대표, 경남 , 부산ㆍ울산 출신 여당 의원들과 만나 수정안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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