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향한 27일 북한의 해안포 발사는 자칫 북한 해역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사격으로 이어질 뻔한 위험한 도발이었다.
백령도 동쪽 NLL 해상에서 물기둥이 처음 솟구친 시각은 이날 오전 9시 5분께. 백령도 동쪽인 북한 옹진반도 쪽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해안포였다. 미확인 비행체가 NLL 쪽으로 접근하는 것을 레이더로 포착한 백령도의 해병 부대는 교전규칙에 따라 즉각 동쪽을 향해 사거리 3, 4㎞인 대공 발칸포 100여 발로 경고사격을 했다. 이를 보고받은 합참은 즉각 위기조치반을 가동했고, 청와대에서는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긴급안보대책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고 향후 대응 방침을 숙의했다. 이 같은 소식은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바로 보고됐다.
9시 5분께 시작된 해안포 발사는 북한이 25일 일방적으로 지정한 항행금지구역 두 곳 중 백령도 동쪽 구역에 20여 분간 계속됐다. 이후 잠시 포격이 중단됐다 다시 9시 45분께부터 10시 16분께까지 또 다른 항행금지구역인 대청도 동쪽 NLL 해상에 포탄이 떨어졌다. 도합 30여 발이 떨어진 곳은 모두 NLL 인근 북한 해역이었지만 가깝게는 NLL과 불과 1.5마일(약 2.8㎞) 떨어진 곳까지 포탄이 떨어졌다.
이후 오후까지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북한이 오후 2시 30분께 북한군 총참모부의 발표를 통해 포실탄 사격훈련이 계속될 것임을 밝히면서 군 당국과 정부 내에는 다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북한은 허언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듯 오후 3시 25분께부터 다시 해안포 수십 발을 백령도 동쪽 해역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군 당국은 포격이 NLL을 넘어오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포격 동향을 예의 주시했다. 다행히 이번에도 NLL을 넘어오는 포탄은 없었다. 군은 이에 따라 이날 오전 한 차례 허공으로 경고사격을 하고 오전 오후 5차례 경고통신을 보내는 선에서 대응을 조절했다.
그러나 북한군의 포격이 NLL을 넘어 한국 해역에 떨어졌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군은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교전규칙을 정해 놓고 있다. 북한의 도발 수준에 맞추는 대응을 원칙으로 하되 제반 상황에 따라 수위를 일부 조절한다는 얘기다. 한국 해상에 포탄이 떨어지면 군이 북한 쪽 해상을 향해 대응사격을 가할 수 있고 이는 교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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