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가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공모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독립영화전용관은 일반 극장에서는 관객과 만날 수 없는 독립영화의 안정적인 상영공간 역할, 영상미디어센터는 소외계층에 대한 미디어 교육 업무 등을 한다. 영화산업 저변 확대와 영상문화 보급에 기여한다는 것이 공통의 목표다. 그간 진보 성향의 한국독립영화협회가 각각 위탁 관리해 왔는데,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지적에 따라 공모제로 전환했다. 영화계 일각에선 공모제 전환 자체가 진보적 영화인들의 참여 배제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미 나왔다.
공모 결과는 "공공 사업자 선정이 이래도 되나"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다.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은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이사장 최공재)가 맡게 됐다. 지난해 11월 13일 설립된, 2개월 남짓 된 신생 단체다. 자문위원단 명단을 봐도 독립영화 활동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최 이사장은 영화계에서 젊은 우파로 분류된다.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결과는 더 뜨악한 눈초리를 받고 있다. 공모 공고 6일 전인 지난 6일 창립된 시민영상문화기구(대표 장원재)가 선정됐다. 장 대표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시민단체 '크라이 프리덤'의 공동대표로, 미디어 교육과는 아예 상관이 없다시피 한 인물이다.
더구나 영진위는 성격이 다른 사업자 공모인데도 5명의 인물로 구성된 동일한 심사위원회가 두 단체의 사업자를 결정토록 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사업자들의 기존 성과보다는 비전을 주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졸속 심사, 부실 선정이라는 비판을 넘어 특정 세력 봐주기 공모라는 말이 안 나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을 측면 지원해온 보수 성향 인사들에 대한 논공행상"이라는 것이다. 한 영화인은 "코미디가 따로 없다"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두 단체의 연간 운영비는 각각 9억3,000만원, 4억 6,000만원. 국민 혈세로 조성된 13억 9,000만원의 쓰임새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을 통해 결정된 것이다. 영진위의 배짱이 어이없을 따름이다.
라제기 문화부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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