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참사와 독재, 빈곤으로 얼룩진 아이티를 구원할 적임자는 누구일까.
아이티 복구 와중에 아이티 최초의 민주선거를 통해 취임했다가 쿠데타 등으로 축출됐던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56) 전 아이티 대통령의 복귀 문제가 부상했다.
진보성향의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 MIT 석좌 교수와 아이티 인권 단체들은 22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 형식의 성명을 내고 “아이티 국민에게 가장 사랑 받는 아리스티드의 즉각적 복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진 이후 외국군 주둔이 늘어나면서 아이티 주권이 위협받고 있어 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도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나누기 위해, 품위 있게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언제든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서방국가들은 난색이다. 미국 정부는 아리스티드가 개인자격으로 아이티를 방문하는 것은 막지 않겠지만, 대통령으로의 복귀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정쟁만 가열시킬 것이라며 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유엔 아이티 특사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역할론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의 복귀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비판하고 나선 것. 클린턴은 재임 때 쿠데타로 축출됐던 아리스티드의 복귀를 도운 적이 있다. WSJ은 “아리스티드는 독점 회사를 용인하는 등 또 다른 독재자였다”고 주장했다.
서방국가들의 반대에는 이유가 있다. 신자유주의 반대론자인 아리스티드는 재임시절 주요 공기업의 사유화를 반대하고 최저 임금을 2배로 올렸다. 아이티를 식민지배했던 프랑스에 배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부패문제가 불거져 200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망명한 그는 “미 해병대가 납치했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자진 사임”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이 또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있다. 버락 오바마 정권이 들어선데다 클린턴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복귀 문제는 아이티 재건의 또 다른 ‘뜨거운 감자’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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