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 꿈 속에서 사는 게 재미있는 척해 왔잖아. (어머니 에이미, 딸의 분노의 절절함에 충격을 받는다) 엄마, 이제 60대야. 이젠 철 좀 들어야겠다는 생각 안 들어?" 딸 에스메의 분노가 폭발한다. 에이미의 대응도 만만찮다. "너랑 사는 그 남자, 아니 그 인간이 니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니? 넌 그 자식이랑 갈라서지도 않더구나."
소식 없던 딸이 배가 불러 무능한 남자와 함께 찾아왔다. TV드라마 단역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어머니는 드디어 폭발한다. 극단 컬티즌의 '에이미'는 1979~95년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그린다.
연극 무대가 위기의 가족들을 주목하고 있다. 현대 영국 연극의 대표적 작가로 평가 받는 데이비드 해어가 쓴 이 작품은 최근의 격변하는 정치ㆍ경제적 상황을 배경으로 사회변동과 가족해체 상황을 그린다.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장모와 사위 등 신ㆍ구 세대 간의 불편한 동거는 이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 단 신자유주의, 거대자본 등 원작에 있던 담론들은 한국 무대에서 사상됐다. 최용훈 연출. 이호재 윤소정 백수련 등 출연. 2월 5~21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3673-5580
극단 골목길의 '프랑스 정원'은 세상을 아예 감방으로 치환시킨다. 여자 교도소의 방 하나씩에 한 가족, 모두 2개의 방이 무대의 전부다. 꾀죄죄한 현실을, 식구들은 막연히 말로만 듣던 프랑스 정원에 언젠가는 간다는 꿈으로 버틴다. 그러나 꿈꾸던 그들은 그 방에서 하나둘씩 죽어간다.
연출자는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 가도 달라지는 것은 없는 현실을 그리겠다"며 "일견 유쾌한 듯한 가족들의 발버둥은 우리의 냉소적 코미디"라고 말했다. 박근형 작, 이은준 연출. 권방현 장수진 등 출연. 2월 12~28일 정보소극장. (02)6012-2845
극단 프랑코포니의 '고아 뮤즈들'의 어머니는 스페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어린 자식들을 두고 떠난 캐나다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다. 자식들에게 그녀가 돌아오겠다는 전화 연락이 왔다, 20년 만에. 상처받은 자식들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
"가족이란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려고, 난 아이 12명을 갖고 싶었어!" 큰 딸의 절규다. 재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이들의 행동과 이야기가 심상찮다. 부샤르 작, 카티 라펭(외국어대 불어과 교수) 연출. 김소희 윤정섭 등 연출. 2월 18일~3월 7일 게릴라극장. (02)763-1268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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