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방학부터 실시된 2010학년도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 성적보다는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을 고려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은 정부의 다양한 지원과 대학들의 자발적 참여로 입학 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이런 성과를 거둔 요인은 입학사정관제에 따른 교육현장의 여러 변화를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긍정적 변화 움직임 두드러져
첫째,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계기로 대학들은 지금까지 중시한 전형 요소가 정말 타당했는지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수능성적이나 학교생활기록부에 나타난 교과 성적, 대학별 논술시험 성적 등이 지원자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였다. 하지만 점수의 소수점 셋째, 넷째 자리를 기준으로 합격을 결정하는 방식은 시험성적에 포함된'오차''운''학생 개인의 환경 차이'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없었다.
반면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에 나타난 교과 성적을 반영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각 전공별로 중요시하는 과목을 중점으로 확인할 수도 있고 단순 평균합산이 아니라 향상도와 같이 지원자의 발전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다양한 비교과 활동과 교사의 평가의견을 통해 지원자의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지원자가 별도로 작성한 전공에 관한 관심과 열정, 목표의식,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창의력, 봉사정신, 리더십, 역경극복 경험 등을 추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대학들도 공교육 체제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의 지속성과 그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진정으로 학습한 내용을 입학사정관들이 확인함으로써 사교육에 대한 염려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처음 실시하는 대학들은 이 전형을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실시한 농어촌특별전형, 기회균등전형, 특수교육대상자 전형과 같은 정원 외 특별전형에 적용함으로써 신입생들의 사회적 다양성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셋째, 입학사정관제의 확대로 인해 고등학교가 변화하고 있다. 교사들이 학교생활기록부를 보다 충실히 작성하고, 교사나 교장의 추천서를 보다 진실 되게 작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교사의 평가권이 고교와 대학에서 중시되는 바람직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넷째,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대입 전형에서 대학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동시에 대학의 사회적 책무도 강조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입 전형에서 대학은 여러 이유로 학생과 학부모, 국민의 불신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규제적 지침에 맞서 대학이 중시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여러 형태로 갈등과 마찰을 빚었다.
인재발굴 중심 전형으로
이제 대학은 입학사정관 전형의 취지에 맞는 인재상을 사전에 알리고 그 기준에 충실한 전형을 실시해야 한다. 또 전형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대입선발 결과를 공개하기보다 능동적으로 전형 결과를 국민에게 알릴 때가 온 것이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통해 획일적 기준에 따른 인재선발 중심의 대입전형이 다양한 전형요소를 활용한 인재발굴 중심의 대입전형으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가져온 교육 현장의 변화는 우리나라 교육을 긍정적인 변화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 대학이 국민의 기대에 응답할 차례이다.
양성관 건국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