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가 일부 병원에 보낸 리베이트 요구 자제 요청 공문을 놓고 의료계와 제약 업계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약협회는 회원사로부터 의약품 납품과 관련해 리베이트를 많이 요구했다고 판단한 35개 중소 병원에게 약품 거래 질서의 투명화에 동참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오랜 기간 이어진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으려는 운동이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개별 병원들이 협조해 달라는 게 골자다. 제약협회가 대한의사협회 등에게 협조를 요청한 적은 있지만 특정 병원을 대상으로 리베이트 문제를 직접 지적한 건 처음이다.
문경태 제약협회 부회장은 “리베이트가 적발된 제약사의 보험약가를 20% 깎는 제도가 작년 8월부터 시행되고 있고, 4월부터는 의약품공정경쟁규약이 강화하는 등 전방적인 리베이트 근절책이 나오고 있다”며 “이에 부합하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근절책에 대한 체감도가 떨어지는 일부 병원에게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제약협회의 이 같은 협조 공문 발송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제약협회 차원의 노력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공문 발송은 그런 차원을 넘어 특정 병원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인상이 짙다는 것이다.
좌훈정 의협 공보이사는 “협조 공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채 일방적으로 리베이트를 받는 것처럼 특정 병원에 공문을 보내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일부 병원은 법적 대응도 검토할 태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문을 받는 한 병원장은 “억울하고 불쾌하다”며 강하게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제 법적 대응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병원도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든 제약사로부터 현금이나 물품 지원을 받았을 개연성이 큰 데다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되면 해당 병원이 공개돼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에 대해 “협조 차원의 공문을 보냈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며 올해도 리베이트 근절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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