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태블릿PC가 27일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디어와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소리 없는 전쟁이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PC에 대해 노트북을 대체하는 차세대 디지털 기기 이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지형도를 통째로 바꿔 놓을 혁신적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에 콘텐츠를 무료로 빼앗기며 수익 감소에 시달려온 신문, 출판 등 미디어 업계는 이 태블릿PC가 콘텐츠 유료화를 정착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한국일보 1월 23일자).
전자책(e-북)과 신문지면을 특화해 볼 수 있고 일반 PC의 기능까지 갖춘 태블릿PC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IT 업계도 애플과 경쟁할 수 있는 기기 개발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미디어 업계 월급날 올까
태블릿PC의 등장으로 미디어 업계는 들썩이고 있다. 애플이 태블릿PC를 통해 제 값 받고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과금체계를 정착시킬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디어 업계는 월급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적었으며 IT 전문 잡지 e위크도 "애플 태블릿은 전통 미디어를 확 바꿔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미 태블릿PC 제공용 콘텐츠 마련에 분주하다. 내년부터 인터넷 기사를 유료화 하기로 한 NYT는 태블릿PC에서 구독 가능한 형태의 신문을 유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타임, 콩드나스트 등 대형 잡지사들도 태블릿PC용 잡지를 시험 발행하며 기회를 보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할 수 있다
이 기기 하나에 미디어 업계 전체가 들떠있는 데는 "스티브 잡스가 하는 일이니 믿어볼 만하다"는 기대 심리가 작용했다. 애플이 이동기기를 통한 콘텐츠 구입에는 선뜻 지갑을 여는 문화를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아이팟, 아이폰 등을 통해 음원과 프로그램 유료화를 정착시켜 불법 다운로드로 고사상태였던 음반, 프로그램 업계를 살린 주인공이다.
일렉트로닉아트의 트립 호킨스는 NYT에 "편리하고 흥미로운 기사가 있을 때 태블릿PC를 통해 선뜻 돈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즐길 사람은 많다"고 말했다.
태블릿PC 시장 경쟁 가열
회계컨설팅사 딜로이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0년에만 수천만 대의 태블릿PC가 판매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미 휴렛팩커드와 델 컴퓨터 등 주요 IT 기업들도 잇따라 태블릿PC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킨들'을 통해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e-리더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아마존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애플의 태블릿PC가 나올 경우, 책 다운로드를 주 기능으로 하는 킨들을 소비자가 외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최근 킨들스토어를 통해 제공하는 콘텐츠를 다양화할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하지만 애플이 콘텐츠 제공자에 적합한 이윤 분배를 할 지는 미지수다. 아마존 킨들의 경우 신간을 오프라인 서적보다 훨씬 싼 9.99달러에 판매하고 있는 등 콘텐츠를 너무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결국 애플 배만 불려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P통신은 "애플은 MP3 플레이어를 개발하지 않았지만 아이팟를 통해 음반 업계 수익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태블릿(Tablet)PC
기기의 스크린을 손가락이나 펜등으로 터치해 조작할 수 있는 휴대형 PC다. 인터넷 서핑, 동영상 감상, 전자도서 리더기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면서 최근 노트북을 대체하는 차세대 디지털 기기로 꼽히고 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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