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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패러다임 바꾼 혁명적인 기법/ 한계벽 넘은 역발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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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패러다임 바꾼 혁명적인 기법/ 한계벽 넘은 역발상의 힘!

입력
2010.01.26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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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 육상 100m 결승 경기의 출발선. 한 선수가 머리를 숙이고 엉덩이는 치켜세운 채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토머스 버크. 당시 미국 보스턴 대학교 학생이었던 버크가 취한 자세는 일명 '크라우칭 스타트' (crouching startㆍ웅크린 채 출발하는 기법). 사진으로 봐도 그의 스타팅 자세는 다른 선수와 차원을 달리했다.

양손바닥이 땅에 완전히 닿는 '우스꽝스런' 폼을 한 버크는 그러나 12초의 기록으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고, 근대 올림픽 육상 100m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그가 취한 크라우칭 스타트는 단거리 육상의 '기본 틀'이 됐고 스포츠 전문가들은 '육상의 혁명'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이처럼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기술, 혹은 '비밀 병기'로 기존의 경기스타일을 뒤집으며 신기원을 달성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른바 스포츠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 남자높이뛰기에서 2m24㎝의 기록으로 우승한 딕 포스베리(미국)의 경우도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보여준 극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는 도움닫기후 배를 하늘로 향하게 하는 배면뛰기(Flop Jump)로, 몸을 거의 드러누운 자세로 바(bar)를 넘었다.

포스베리가 비상(飛上)하는 폼을 지켜본 관중들은 경악했다. 포스베리 이전까지 높이뛰기 자세는 얼굴은 땅을 향한 채 다리를 솟구치는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베리는 정반대의 발상으로 몸을 솟구쳤다. 이를 지켜본 한 미국기자가 그의 이름을 본 따 '포스베리 도약'(Fosbury Flip) 이라고 이름 지었고 이후 모든 선수들이 이 같은 방법을 좇았음은 물론이다.

멀리뛰기에서도 패러다임 시프트가 잇따랐다. 도약 후 몸을 활처럼 휜 다음, 착지때 순간적으로 가슴을 활짝 펴는 젖혀 뛰기 대신, 허공에서 다리를 휘 젖는 '히치킥'(hitch-kick)의 등장으로 신기록이 쏟아졌다. 히치킥은 공중에서 3.5걸음 정도를 내딛어 도약 당시의 에너지를 지속시켜준다. 1984년 LA 올림픽때 칼 루이스(미국)가 이 방법으로 금메달을 따낸 후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따라하기에 나선 것이다.

육상 종목뿐만 아니라 수영에서도 극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인간한계를 뛰어넘는 기록이 속출했다. 텍스 로버트슨(미국)이 '플립턴'(flip turn) 역영법을 개발하면서 기록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이 기법은 턴 지점 1m정도를 남겨두고 몸을 뒤집어서 발로 터치하는 기술이다. 그는 자신의 수제자 아돌프 키에프에게 이를 가르쳤고, 플립턴으로 무장한 키에프는 16세 때인 1935년 배영 100야드(91.44m)부분에서 58초5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1분 벽을 넘어선데 이어 이듬해 베를린올림픽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플립턴 역영법이 나오기 이전까지 선수들은 손으로 벽을 짚고 턴을 해 가속도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키에프는 턴 지점 앞에서 몸을 180도 회전시켜 손이 아닌 발로 턴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이후 플립턴은 하나의 '상식'이 됐다.

빙상의 '날 들이밀기'는 한국이 개발해 전세계에 전수한 기법이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여자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전이경이 결승선을 앞두고 오른발을 쭉 내밀고 대역전극을 일궈낸 것이다. 가슴이 먼저 골인지점을 통과해야 하는 육상과 달리, 쇼트트랙은 스케이트 날이 우선이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비밀 병기'의 등장도 스포츠의 진화를 앞당겼다. 대표적으로 폴리우레탄 소재로 만든 전신수영복 을 꼽을 수 있다. 1998년 개발된 전신수영복은 '물속에서 옷을 입으면 몸이 무거워진다'는 고정관념을 일거에 날려버렸다. 2000년 3월 아테네 수영 쇼트코스선수권대회에선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무려 15개의 세계 기록을 쏟아냈다. 이언 소프(호주)와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이 같은 첨단 수영복을 장착, 2000년대 올림픽 무대를 주름잡았다. 전신수영복이 이처럼 신기록을 양산하자 국제수영연맹은 올해부터 착용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이미 세운 100여개의 세계기록은 모두 인정된다고 밝혔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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