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미국대입수학능력시험(SAT) 문제지 유출 사건과 관련, 서울 지역 SAT전문학원 40여 곳에 대해 전면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26일 "경찰 수사와 별도로 모든 SAT 학원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 문제가 드러나면, 등록말소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서울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학원 운영과정에서 시험지 유출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경우 별도의 벌점 부과 없이 등록말소(직권폐원)할 수 있다. 시교육청은 SAT 학원으로 등록된 곳은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41개가 있고, 이 가운데 10곳 가량이 현재 SAT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와 함께 경기 가평에서 SAT 문제지를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장모(36)씨가 소속된 서울 대치동 R학원에 대해 45일 간 휴원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R학원장이 강사와 문제지 유출을 공모했는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25일 R학원을 조사한 결과 수강료 미게시, 초과징수, 강사 해임 미통보 등의 사유가 적발돼 벌점 50점을 부과했다"며"행정절차를 거쳐 휴원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전국 시도 교육청을 통해 SAT 학원 현황 파악 및 운영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SAT 문제지 유출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수서경찰서는 이날 서울 대치동 R학원 원장을 소환해 문제지를 빼돌린 강사 장씨와의 공모 여부를 조사했다. 경찰은 이 학원장이 문제지 유출을 종용하거나 문제지를 빼돌리는 데 대한 대가로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 등을 캐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장씨에 대한 금융계좌추적에 나서는 한편, 장씨가 보유한 노트북과 디스켓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SAT 주관사인 미국교육평가원(ETS)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부정행위 의심자 명단, 일명 '블랙리스트'는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뉴저지에 본부를 ETS 톰 유잉 대변인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학생들의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ETS코리아 관계자도 "시험 점수가 갑자기 높아지는 점 등을 파악해 부정 행위자를 추적하는 시스템이 있지만, 부정행위 의심자 명단을 따로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장성원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ETS가 어떤 자료를 갖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자료제출을 요구할 경우 ETS측이 적극 협조하겠다는 약속만 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김청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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