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썰매에 앉은 이는 미국 인구조사국 국장이고, 썰매를 끄는 이는 알래스카 주 이누피아크 에스키모 마을 노르빅에 사는 11살짜리 소년이다. 미 인구 센서스는 4월부터 시작되지만 알래스카 주 조사는 두 달 앞서 시작된다고 한다.
미국 주 가운데 면적은 가장 넓고, 인구는 가장 적은 데다, 우편물 전달도 쉽지 않고, 얼음마저 녹으면 조사원의 접근도 힘들고, 주민들도 어로지역으로 이동해버리기 때문이다. 국장의 저 행차는 10년마다 벌이는 거대 행정사업의 서막을 여는 일종의 퍼포먼스인 셈이다.
인구조사는 근대 국가가 정치단위로서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한 근원적인 기획이다. 그리고 저 장면은 미국의 모세혈관이 북극권의 동토까지 샅샅이 뻗어있음을, 국장의 환한 웃음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변방 소수 인종에 대한 관의 특별한 배려, 민관협력 거버넌스의 전범이라 할 수도 있겠다. 낯선 체취로 귀빈임을 아는지 개들의 몸짓도 힘차 보인다. '모든 근대는 식민지 근대'라는 진실을 저 마을의 어떤 이들은 체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것이다.
어쨌듯 주민들은 자원 채굴에 따른 주 정부 수익에서 배당금을 얻기 위해서라도 인구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편이라고, 그래서 25일부터 사흘간 인구조사 축하 문화공연을 펼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사진 노르빅=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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