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 가면 꼭 먹는 생선안주가 있다. '금풍생이' 구이다. 금풍생이는 '군평선이'의 여수사람들 탯말이다. 경상도 사람인 나도 표준어인 군평선이보다 금풍생이가 더 정겹다. 금풍생이 뒤에는 '샛서방고기'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샛서방은 남편 몰래 숨겨둔, 이른바 밀부(密夫)를 가리키는 말인데 금풍생이는 진짜 서방이 아니라 샛서방에게만 구워준다는 맛난 생선이다.
처음 만나는 금풍생이에 처음 듣는 샛서방고기란 말에 은밀하고 흥미진진한 표정이 된다. 금풍생이는 깊은 물속에 사는 생선이어서 뼈가 굵고 억세다. 칼집을 내고 굵은 소금을 뿌려 통째로 구워 흰 살은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아차, 하는 사이에 뼈가 입속을 찌를 수도 있고 큰 가시가 목에라도 걸리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뼈에 놀란 사람들이 '샛서방 주는 고기가 아니라 서방 잡기 좋은 고기'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내게 금풍생이를 가르쳐준 여수 식객 김정만 왈, 금풍생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자근자근 씹어 먹어야 진정으로 맛을 아는 미식가다. 물론 내장도 남겨서는 안 된다. 금풍생이는 여수를 대표하는 생선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2012년 5월에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에 여수 금풍생이가 가진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인에게 한국인의 해학까지 곁들여 맛보여 주었으면 한다. 이런, 여수 가서 푸짐하게 먹고 왔는데도 입에 침이 괴니. 이건 내 식탐이다!
시인 정일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