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마련한 '고교 선진화를 위한 입학제도 및 체제개편안'은 특목고와 자율고 입시전형에서 사교육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골자는 '자기주도형 학습전형'과 '고교입학사정관제' 두 가지다. 한마디로 전형에서 별도의 지필고사 없이 중학교 성적만으로 학업능력을 가늠하되, 전문적인 입학사정관으로 하여금 비(非)교과 부문을 포함한 학생의 전반적 자질과 가능성을 종합 평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볼 때 교과부의 방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지금까지 현실적으로 사교육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던 학생들의 학력 증진 및 평가책임을 학교와 교사들에게 상당 부분 되돌려줄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학생부만을 통한 학력평가나 교사추천서가 지리멸렬해진 공교육에 적지 않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교과 이외의 봉사, 체험, 독서활동도 평가하도록 함으로써 제한적으로나마 전인교육적 요소를 배려한 대목도 긍정 평가한다.
그러나 우려할 점이 없지는 않다. 교육제도는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 여부로 성패가 갈리게 마련이다. 특히 자기주도형 학습전형은 계량화가 쉽지 않아 시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교과부는 시행 전까지 예상되는 부작용을 면밀히 점검, 보완책을 마련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엄정한 선발과 교육을 통해 입학사정관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교사들의 자질과 책임감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평가와 전형 어느 과정에서든 문제가 생기면 이번 교과부 방안은 뿌리째 흔들릴 위험이 크다.
다만 논란이 컸던 외국어고 교육체계 개선문제의 경우 교과과정 중 외국어 학습비율을 다소 상향 조정하는 데 그친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대체로 국내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일반계 고교와는 달리 외고 등은 그야말로 특수목적고답게 교육의 목표부터가 달라야 한다고 믿는다. 교과부의 야심 찬 시도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억제라는 정책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한편 걱정되는 것도 역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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