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보궐선거 패배 이후 정적을 향해 연일 공세를 취해온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5일엔 개혁 달성을 위해 ‘연임’마저 포기할 수 있다는 초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월가를 지목해 잇달아 금융제재를 선포하고, 기득권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에 즉각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인기에 영합한 대통령”이라는 평까지 듣는 그가 이번엔 개혁 달성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미래마저 걸겠다고 나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 abc 방송 월드뉴스의 메인 앵커 다이앤 소여와의 인터뷰(현지시간 25일 밤 방송)에서 “평범한 연임 대통령이 되느니 차라리 훌륭한 단임(One-term)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오바마가 연임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좌초위기에 놓인 건강보험개혁 등 정치적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그야말로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생명을 걸고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워싱턴에선 우리, 즉 선출직 공무원은 오직 연임을 하려고 일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사실 우리는 이와 달리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을 돕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말했다.
“포퓰리스트의 색이 짙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 내내 재선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오바마는 “재선에 성공한 후 내 과거를 돌아봤을 때 인기를 좇으며 임기를 보냈다는 회상을 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abc는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발언(20일 abc와의 취임 1년 인터뷰)에서 건강보험개혁안을 이끌고 가는 것이 힘든 작업이라는 사실을 강조했지만, 오늘(25일) 그는 어떤 정치적인 난관이 기다리더라도 자신의 의지대로 개혁안을 밀어붙이겠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건보개혁을 위해 재임마저 포기할 수 있다”고 한 말은 민주당에서 건보개혁안 추진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그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 참모였던 민주당의 전략가 제임스 카빌은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매사추세츠의 민심을 보라”며 “만일 건보개혁안이 바뀌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해럴드 포드 주니어 전 상원의원(민주)도 “오바마 대통령은 건보개혁에 대한 관심을 경제 살리기로 돌려야 한다”며 대통령이 유연해지기를 요구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재정적자감축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불식시키려고 2011년부터 3년간 정부의 재량지출부분을 동결하는 안을 의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매년 10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공화당 의원들은 일제히 “취임 이후 벌여온 지출잔치를 감추려는 계략”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민심 대응책을 평가절하했다.
고태성 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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